[수도권]마포석유기지 41년만에 ‘시민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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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화공원으로 대변신

1970년대 연이어 닥친 석유파동으로 한국은 석유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국내 정유사의 평균 재고는 30일분에 불과할 정도였다. 급기야 정부는 1976년 비상 상황에 대비해 석유비축기지를 만들기로 했다. 지금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경기장과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사이 매봉산 자락이다.

이곳에 지름 15∼37m, 높이 13∼15m의 원통형 비축탱크 5기를 묻고 석유 131만 배럴을 비축했다. 비축탱크는 모두 화강암 암반과 옹벽으로 둘러쌌다. 건설 당시부터 1급 보안시설로 분류돼 군사시설로 관리됐고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개최가 결정되면서 정부는 경기장 주변 500m 안에 있는 위험시설물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0년 11월 석유비축기지는 경기 용인으로 옮겨졌고 같은 해 12월 건설 2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서울 서북권의 대표적 혐오시설인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41년 만인 2017년 문화공원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마포 석유비축기지에 공연장과 전시장, 교육시설을 갖춘 종합 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10월 공사에 들어간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8월 국제 현상설계 당선작을 바탕으로 기획, 연출, 운영 등 실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확정한 것이다.

문화공원은 유류 저장탱크(10만1500m²)와 주차장(3만5000m²), 산책로(3300m²)까지 포함해 14만 m²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광장의 11배 크기다. 이 시설들은 실내외 공연장과 상설전시장 정보교류센터 산책로 야생화정원 공연마당 등으로 바뀌어 시민들의 휴식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석유 4089만 L를 보관하던 유류저장탱크 5개 중 2개(1, 2번)는 해체되고 이 자리에는 건물이 들어선다. 나머지 탱크는 그대로 두거나 최대한 원형을 살려 활용된다.

1, 2번 탱크 자리에는 각각 120명, 4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과 실내외 공연장이 들어선다. 주변의 암반 지형이나 콘크리트 옹벽과 어울리는 형태로 꾸민다. 3번 탱크는 원형을 그대로 살려 석유비축기지의 역사적 배경 등을 엿볼 수 있는 학습공간으로 만든다. 4번은 유리벽과 유리천장으로 된 투명 탱크 형태의 기획 전시장으로, 5번 탱크는 석유비축기지 조성부터 현재까지 약 40년의 역사를 기록하는 상설 전시장으로 지어진다.

해체된 1, 2번 탱크의 철판을 다시 조립해 만들 6번 탱크는 도시재생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정보교류센터로 운영된다. 주차장 용지와 산책로는 공원으로 조성된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산업화 유산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공원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마포석유기지#시민#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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