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4주째… 한쪽선 ‘공포 마케팅’ 한쪽선 ‘공갈 스미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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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파장]

사람들의 공포심도 범죄와 마케팅에 악용될 수 있다. 메르스 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꾸며 개인정보를 탈취해 가는 스미싱 문자(위 
사진). 한 인터넷 육아 카페에는 건강식품이 메르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글이 사용후기 형태로 올라와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제공·인터넷 화면 캡처
사람들의 공포심도 범죄와 마케팅에 악용될 수 있다. 메르스 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꾸며 개인정보를 탈취해 가는 스미싱 문자(위 사진). 한 인터넷 육아 카페에는 건강식품이 메르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글이 사용후기 형태로 올라와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제공·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달 20일 첫 확진환자가 발견된 이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공포 마케팅’이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지도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메르스 예방 특효약’이라고 홍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메르스 정보’를 위장해 스미싱(문자메시지 이용 개인정보 탈취) 문자를 보내는 범죄 행위도 11일 이후 확인된 것만 100여 건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공포가 커질수록 이를 악용하는 행위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쌀눈, 마늘, 녹용도 메르스 ‘특효약’

최근 경기 지역의 한 건강식품 제조업체는 자사 홍보 블로그에 ‘메르스 예방·퇴치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메르스가 어떤 질병인지 소개하면서 생산 중인 쌀눈과 동충하초 함유 음료를 광고하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메르스 예방법’ 등의 제목을 달았다. 업체 측은 “이들 음료는 면역력 증강에 탁월하다”고 밝혔지만 메르스 예방 효과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한의원 사이트에서는 마늘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하며 마늘환 제품을 팔았다. 한 약초 판매 업체는 메르스에 대비하자며 “장뇌삼을 특가에 판매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의 육아 카페 등에는 사용후기로 꾸민 ‘메르스 대비’ 제품 홍보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육아 카페에는 녹용 성분을 캡슐로 만들었다는 제품을 홍보하면서 메르스의 증상인 발열과 호흡 곤란, 기침을 완화해 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일부 카페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 박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기존에 생산된 항균 스프레이 제품을 판매했다.

이 제품들이 메르스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를 지녔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부 성분이 면역력을 키우는 건 실험으로 입증되지만, 공식적으로 메르스 예방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없다”며 “무턱대고 ‘메르스를 막는다’는 식의 광고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건강보조식품과 공기청정기 업체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제철 만난 스미싱 범죄

스미싱 범죄도 메르스 확산으로 ‘제철’을 맞았다. 행정처분에 그칠 수 있는 건강식품 과대 광고와 달리 스미싱 문자 유포는 경찰이 수사해 입건하는 범죄 행위다.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11일부터 ‘메르스 빨리 확인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국내에 100여 건 유포됐다. 문자에 첨부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스마트폰 공인인증서와 주소록, 사진 등을 가로채는 가짜 사이트로 안내한다.

경찰과 인터넷진흥원 등은 스미싱에 사용된 사이트를 바로 차단했지만 메르스를 악용한 스미싱 유포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개연성이 크다. 이정민 인터넷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스미싱 문자는 2월에는 연말정산 안내, 5월에는 청첩장 등 당시 이슈에 맞춰 문구를 만든다”며 “이미 시작된 만큼 다른 스미싱 사기꾼들도 같은 수법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세월호를 키워드로 한 스미싱 문자가 대량으로 유포된 바 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스미싱과 달리 메르스 유언비어 유포는 총 59건 접수됐지만 13, 14일에 각각 한 건도 접수되지 않는 등 줄어드는 추세다.

김배중 wanted@donga.com·김도형·박재명 기자
#메르스#마케팅#스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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