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혼 전문 두 女변호사가 겨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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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운 배우자도 이혼소송 낼수 있나”… 대법 26일 공개변론

이혼 소송 전문 김수진 변호사(48·사법연수원 24기)와 양소영 변호사(44·30기)가 바람피운 배우자도 이혼 소송을 낼 권리가 있는지를 두고 26일 열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맞짱 토론을 벌인다.

두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에서 이혼을 앞둔 부부의 ‘잔 다르크’로 불린다. 김 변호사는 결혼 생활이 파탄 났다면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이혼을 허용해 주자는 ‘파탄주의’를, 양 변호사는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내는 이혼 소송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유책주의’를 지지하는 논리를 펼치며 공개변론의 서막을 연다.

대법원은 15년 동안 별거하며 미성년 혼외 자녀를 둔 남편 백모 씨(68)가 법적 아내 김모 씨(66)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 상고심을 계기로 열리는 공개변론에서 50년 동안 유지돼온 유책주의 판례를 시대 흐름과 의식 변화에 따라 바꿔야 하는지 전문적인 견해를 듣고자 두 변호사에게 변론을 요청했다. 대법원이 소송 구조 결정을 내려 남편에게 김 변호사를, 아내에게 양 변호사를 각각 선임시키는 형식을 취했다.

김 변호사는 1995년 개업 이후 20년 동안 이혼 사건을 주로 담당했다. 양 변호사는 방송인 김주하 씨 등 유명인 이혼 사건을 다수 맡으며 유명해졌다. 이혼 소송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 변호사가 맞붙게 되는 이번 공개변론은 소송 당사자인 남편과 아내, 딸이 직접 참관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부 공동생활이 이미 파탄 났다면 양측 누구든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되 자녀의 피해가 극심한 사례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막는 방향으로 판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녀 간 애정에 기초한 혼인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무너졌는데도 공권력이 이혼을 막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이혼 건수가 매년 11만 건을 상회하며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이혼을 억제해 가정을 보호하자는 현행 유책주의의 본래 취지는 이미 퇴색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양 변호사는 당장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축출 이혼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혼 후 재산 분할이나 미성년 자녀 부양 등 법적 여건이 미비한 상황에서 외도한 배우자가 재산을 빼돌리고 선량한 배우자를 빈털터리로 내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양 변호사는 외도한 한의사 남편이 이혼 직전 병원을 폐업하고 재산을 빼돌려 재산 분할을 안 해 주고, 바람피운 자영업자가 소득신고를 줄여 양육비를 압류하지 못하게 하는 등 그동안 자신이 직접 다룬 사건들을 거론하며 아직 미비한 현행 재산 분할과 양육비 제도를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주로 별거 기간이 오래된 황혼 이혼 부부인데, 이 잣대를 모든 부부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분명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후 대법원은 부부 생활이 파탄 나 혼인을 유지하는 게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면 유책 배우자라도 이혼 청구를 인정하는 판결을 3차례 선고하며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의 변화 조짐을 보였다. 이전까지는 상대 배우자가 결혼 생활을 이어갈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심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을 때만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해 왔다.

법조계에선 이번 공개변론을 계기로 대법원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권 가능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판례를 세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혼#변호사#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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