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격리자 급증하는 판에 싸움 중인 정부와 지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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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의 비정규직인 이송요원이 메르스 확진환자(137번)로 밝혀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병원의 비정규직 근로자 2944명에 대해 메르스 증상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비정규직 전수조사는 계급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놀음”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시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챙기겠다는 것을 계급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 여당의 일부 의원이 ‘박원순 때리기’에 골몰하는 인상을 준다.

정부와 서울시는 어제도 말싸움을 벌였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맡겼다는 서울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저해하는 발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시 관계자가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달 7일 이후 여러 차례 모여 “서로 협력해 메르스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다짐하고도 여전히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국민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국가적 위기를 맞아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들이 제각각 움직이는 사이 방역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137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2일 이후에도 9일 동안이나 근무했고,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메르스 환자에 노출되고도 보름 가까이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를 계속했다. 부산에 사는 143번 환자는 대전 대청병원에서 감염된 후 열흘 이상 부산 지역을 활보했다. 이들이 ‘슈퍼 전파자’가 되어 지역에 감염자를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추가 격리자 4000여 명이 더해져 격리 대상자도 1만 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메르스 격리 대상자와 환자들을 조사하고 관리하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어제 새누리당 회의에서는 “보건복지부만의 일이 아니고 외교부 국방부 등 다양한 부처들이 챙겨야 할 일이 많은데 한두 부서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가적으로 전력투구하는 만큼 조만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를 안이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삼성서울병원#메르스#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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