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반쪽 전망대’로 전락한 울산대교 전망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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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건조과정 등 기술유출 우려”… 산업보안 내세워 조망 각도 제한
석유화학공단 등 망원경 안돌아가

울산대교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 ‘산업보안’ 때문에 이 망원경은 조망각도가 제한되고 망원 배율도 낮춰졌다. 울산매일 제공
울산대교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 ‘산업보안’ 때문에 이 망원경은 조망각도가 제한되고 망원 배율도 낮춰졌다. 울산매일 제공
울산의 새 명물로 기대를 모았던 울산대교 전망대가 ‘산업보안’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전망대에 서면 현대중공업과 SK에너지, 울산항 등 중요한 산업시설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보안 차원에서 전망대 망원경의 조망 각도를 제한하고 망원 배율도 낮췄다. 울산대교 전망대 효과가 ‘반쪽’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전망대는 동구 방어동 염포산 정상에 지상 4층 규모(높이 63.2m)로 세워졌다. 염포산 정상을 포함한 전망대 전체 높이는 203m로 울산대교 주탑 높이와 같다. 전망대에 오르면 울산대교는 물론이고 울산 공단과 도심,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울산시는 이 전망대를 새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전망대 3층 실내에 3개, 4층 실외에 1개 등 4개의 망원경을 설치했었다.

문제는 망원경. 울산국가산업공단 내 기업체의 작업 과정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선박 건조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 경쟁사나 경쟁국으로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국가정보원 울산해양수산청 울산항만공사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K에너지 등 관련 기업과 수차례 회의를 열어 망원경 각도와 배율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동구의 미포국가산업단지에 있는 기업체와 남구의 SK에너지 등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울산항 등으로는 망원경이 돌아가지 않거나 망원 배율을 낮춰 자세히 볼 수 없도록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전망대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지만, 대부분의 차량 생산이 실내 작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망원 각도는 제한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고배율 디지털 카메라를 통한 촬영은 아직 제한 규정이 없어 기업체는 울산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준공식을 가진 울산대교는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사 중’이다. 전망대는 야외 1층을 제외한 모든 내부 시설이 완공되지 않아 관광객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또 진입로 공사도 진행 중이어서 전망대를 찾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전망대 높이가 당초 23m에서 두 배 이상으로 높게 설계가 변경되면서 공사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다음 달 말까지는 전망대를 완공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대교가 유료로 전환된 11일 이후 대교 및 접속도로의 평균 통행량은 평일 3만4000여 대, 토·일요일 3만7000∼3만8000대로 나타났다. 이는 무료 운영기간(1∼10일) 당시보다 평균 28% 줄어든 것이다. 2004년 건설 협약 당시 울산시와 건설사인 울산하버브릿지는 1일 교통량을 5만4300대로 추정했다. 개통 이후 통행량이 이보다 많으면 통행료 인하를 협의하고, 이에 미달하면 울산시가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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