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역복 감독관’ 자가격리 수험생 체온잰뒤 “시험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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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파장]서울시 공무원 공채 7만여명 응시… 격리대상 3명 사상 첫 ‘자택시험’

마스크 쓴 수험생들 2015년 서울시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13일 서울 강서구의 한 학교 앞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쓴 채 걸어 나오고 있다. 이번 시험은 서울시내 155개 학교에서 실시됐고 7만7192명이 응시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마스크 쓴 수험생들 2015년 서울시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13일 서울 강서구의 한 학교 앞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쓴 채 걸어 나오고 있다. 이번 시험은 서울시내 155개 학교에서 실시됐고 7만7192명이 응시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장소만 다를 뿐 지켜야 할 건 똑같습니다. 불공정 행위가 확인되면 즉시 중단됩니다.”

13일 오전 9시 반 메르스 자가 격리 대상자인 A 씨의 집에서 서울시 소속 B 감독관이 주의사항을 또박또박 읽어갔다. B 감독관은 하얀색 방진복 차림에 마스크 장갑 고글까지 착용한 채 A 씨 앞에 섰다. 이날 B 감독관은 ‘2015년 서울시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 자가 격리자 시험감독을 맡았다. 공무원시험에서 이른바 ‘자택 응시’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A 씨의 집을 감독관이 찾은 건 오전 8시 50분. 시립병원에서 파견된 간호사와 관할 지역 경찰관이 동행했다. 감독관은 일반 시험장과 똑같이 수험표와 신분증을 대조하며 본인 여부를 체크했다. 간호사는 체온을 재고 문진을 실시해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이어 감독관은 집 안 곳곳에 붙어 있는 시험 관련 자료를 떼어냈다. 그리고 준비한 책상과 의자를 거실 중앙에 배치했다.

9시 40분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지 봉투의 봉인이 해제됐다. 9시 55분 A 씨에게 시험지가 건네졌다. 그리고 일반 시험장과 같이 정각 10시에 시험이 시작됐다. 집 안에는 응시자인 A 씨와 감독관 일행 등 5명이 전부였다. B 감독관은 “방문시험도 일반시험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치러졌다”며 “형평성 문제 제기도 있었으나 좁은 공간에서 감독관과 간호사 경찰이 함께 있어 오히려 (A 씨에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를 비롯해 다른 자가 격리자 2명의 집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시험이 치러져다.

2284명을 모집하는 이번 시험에는 13만33명이 원서를 냈다. 응시율은 59.4%(7만7192명)로 2014년(59.1%)보다 조금 높았다. 응시자 중에는 뒤늦게 자가 격리자로 분류돼 시험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9급 시험에 응시한 이모 씨(27)는 12일 오후 7시 25분 부산역에서 고속철도(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역에 도착한 지 15분가량 지난 10시 반경 ‘자가 격리 대상’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방문 시험 접수는 이날 오후 8시로 마감이 된 상황이었다.

이 씨는 13일 오전 시험장 앞 문진 과정에서 ‘자가 격리 대상’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곧장 구급차에 태워져 보건소로 이송됐다. 결국 시험은 치르지 못했다.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이 씨는 ‘음성’이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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