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기’처럼… 항체 생긴 완치환자의 혈장을 투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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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치료 방법 있나]혈장 치료법 효과 있을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젊은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되자 완치된 환자의 피를 수혈하는 ‘혈장치료법’이 시도됐다.

13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어젯밤(12일) 완치자 2명의 혈장을 채취해 환자 2명에게 각각 400cc를 투여했다”고 밝혔다. 혈장을 투여받은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와 평택경찰서 경사인 119번 환자(35). 혈장을 기증한 사람은 총 2명. 이 중 한 명은 11일 퇴원한 공군 원사(45)다.

완치된 환자의 피에서 혈장을 분리해 수혈한 것은 이미 한 번 메르스를 물리친 만큼 메르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항체란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찾아내 면역체계가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당단백질이다. 완치자의 항체가 35번과 119번 환자의 면역체계를 도와 메르스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한 것이다. 영화 ‘감기’(2013년)에서도 변종 감기를 이기고 나은 환자의 핏속에 든 항체가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극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피는 적혈구(42%)와 백혈구(1%), 혈장(57%)으로 구성되며, 다시 혈장은 90%의 물과 7∼8%의 단백질, 2%의 기타 성분으로 이뤄진다. 혈장 속 단백질에 항체가 포함돼 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환자에게 혈장을 수혈한 것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 사용되는 혈장 수혈과 같은 것”이라며 “혈액형은 물론이고 기증자와 수여자의 혈액 간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수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혈장을 수혈하는 치료법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신종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종종 시도됐다.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던 지난해에도 서아프리카에서 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34)를 치료하기 위해 같은 방법이 쓰이기도 했다. 브랜틀리 박사는 본인이 치료해 완치시킨 기증자로부터 에볼라 항체가 포함된 피를 수혈받아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맵바이오파머슈티컬이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 Z맵(ZMapp)은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게서 얻은 항체로 만든 치료제다. 대책본부는 앞으로도 메르스 환자 치료에 완치자의 혈장을 활용할 계획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혈장을 수혈받은 35번 환자와 119번 환자 모두 특별한 차도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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