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안된채 다수 접촉 ‘잠재적 슈퍼전파자’ 속속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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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3차 확산 기로에]지역사회 감염 차단 비상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에 다시 한 번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한 ‘잠재적 슈퍼 전파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13, 14일 발표한 메르스 확진자 명단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 이송요원으로 활동 중인 137번 환자(55)와 이 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37)가 포함돼 있다. 두 환자는 모두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71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격리 없이 계속 활동해 왔던 것으로 전해져 보건당국은 대규모 추가 감염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던 시기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 뒤인 12일까지 대규모 추가 감염만 없으면 고비를 넘기는 상황으로 봤지만 이제는 이달 말까지는 긴장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 삼성병원서 다시 대규모 감염 발생하나?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137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가 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137번 환자는 2일부터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증세를 보였고, 10일까지 계속 근무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접촉한 사람은 약 430명에 이른다.

응급실을 중심으로 한 병원 내부, 응급차량 내부, 응급 이송을 위해 방문했던 장소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며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 이송 대상자들 중 많은 수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감염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증세가 발현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9일간 격리되지 않은 건 3차 대규모 확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라며 “지금부터 3차 확산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로는 35번 환자(38)에 이어 두 번째로 메르스에 감염된 138번 환자 역시 10일까지 격리되지 않은 채 평상시처럼 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8번 환자도 지난달 27∼29일 직접 14번 환자를 진료하지는 않았지만 이 환자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38번 환자는 10일 오후까지는 메르스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감염 상태에서 환자나 의료진과 접촉했고, 병원 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는 점에서 138번 환자로 인한 추가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좋은강안병원 ‘출입금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43번 환자가 입원했던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의 2개 층이 격리병동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14일 한 환자 가족(가운데)이 병원 출입구에서 환자에게 전할 물건을 병원 관계자에게 건네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부산 좋은강안병원 ‘출입금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43번 환자가 입원했던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의 2개 층이 격리병동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14일 한 환자 가족(가운데)이 병원 출입구에서 환자에게 전할 물건을 병원 관계자에게 건네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 부산, 3번째 메르스 진원지 될 수 있어

부산에서 확인된 두 번째 메르스 감염자인 143번 환자(31)는 경기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국내 ‘3번째 메르스 진원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143번 환자는 대전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를 발생시킨 16번 환자(40)가 대청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기인 지난달 25∼30일에 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43번 환자는 대청병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한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그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2일부터 12일 격리되기 전까지 부산 수영구의 병원 4곳을 방문했지만 의심환자로 진단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143번 환자는 75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또 보건당국은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35)에 대해서도 방역망을 벗어난 상태에서 메르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119번 환자가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 환자(54)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두 환자 간 병원을 찾은 시간에 차이가 있는 등 명확한 감염경로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 24∼26일까지는 지켜봐야


방역망에서 숨겨져 있거나, 정확한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은 메르스 환자들이 계속 발생함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과 4차 감염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격리됐어야 할 대상자들이 늦게 파악됐고 이 중 상당수는 증세가 발현되는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137번, 138번, 143번 환자가 격리된 시점으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가 되는 24∼26일 전후로 환자 수가 얼마나 발생하느냐가 메르스 사태 진정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 / 세종=김수연 / 부산=강성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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