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유한준 역대급 활약의 비결은 불안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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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한준(맨 오른쪽). 스포츠동아DB
넥센 유한준(맨 오른쪽). 스포츠동아DB
2014시즌 초반 주전 빼앗겼던 경험 못 잊어
올 시즌도 독기 품고 체력·타격감 끌어올려

넥센 유한준(34)의 역대급 활약을 만든 것은 ‘불안감’이다. 유한준은 올해 최고 타자로 손꼽을 만하다. 14일 현재 타율 0.385, 82안타, 16홈런으로 타격 1위, 최다안타 3위, 홈런 7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첫 3할 타율과 20홈런을 기록했던 베테랑이 ‘커리어 하이’를 넘어 4할 타율에 근접하는 역대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한준은 성실함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꾸준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독기가 부족했다.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 주연보다는 조연에 어울렸고, 박병호-강정호-이택근-서건창 등 스타들이 즐비한 넥센에서의 역할은 더 제한적이었다. 성적보다 ‘사람 좋다’는 평가가 더 앞섰다.

그러나 지난해 ‘지독했던 경험’이 약이 됐다. 넥센이 2014시즌을 앞두고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를 영입하면서 유한준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출연했다. 다급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웨이트트레이닝과 식단 조절로 체중을 10㎏ 가까이 불렸다. 시즌을 앞두고 좋은 타격감을 뽐냈지만, 초반 주전 자리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어려움 속에서 출발해 값진 결과물을 얻은 지난해였다.

올해도 지난해의 아픔을 잊지 않았다. 유한준은 스프링캠프에서 심재학 코치에게 고충 아닌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심재학 코치는 “(유)한준이가 ‘캠프 동안 너무 잘 맞고 잘 치고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시즌을 앞두고 타격감을 너무 일찍 끌어올린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더욱이 잘 준비해서 시즌에 들어갔지만, 주전을 빼앗겼던 지난해 초반의 경험도 더해졌다. 유한준은 2014시즌을 최고로 만들었지만, 살 떨리는 주전 경쟁을 뼈저리게 느끼며 다시 새 시즌을 맞았다. 그리고 지금의 뛰어난 성적을 남기고 있다.

어느덧 프로 15년차. 200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현대 유니폼을 입었고, 한 팀에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였지만 그의 처지는 지금과 달랐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나기까지 유한준을 만든 것은 초심과 불안감이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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