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해외 유통망 갖춰야 한식열풍 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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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 부는 K-푸드 열풍]<3·끝>새로운 한류로 뿌리내리려면

CJ푸드빌이 올 1월 영국 런던의 이즐링턴 지역에서 문을 연 한식당 ‘비비고레스토랑’ 런던 2호점 내부 모습. 비비고레스토랑 런던 1호점은 국내 브랜드 식당 중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런던판에 2년 연속 소개되기도 했다. CJ푸드빌 제공
CJ푸드빌이 올 1월 영국 런던의 이즐링턴 지역에서 문을 연 한식당 ‘비비고레스토랑’ 런던 2호점 내부 모습. 비비고레스토랑 런던 1호점은 국내 브랜드 식당 중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런던판에 2년 연속 소개되기도 했다. CJ푸드빌 제공
“한인마트에 국간장을 주문했는데 (한국에서 파는 제품이 아닌) 다른 용기에 담은 제품을 보내왔어요. 맛을 보니 소금과 물을 섞었더라고요.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태였지요.”

독일 베를린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식재료를 구할 때 겪는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한식 조리에는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등의 식자재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해외 현지에서는 질 좋은 한국산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인마트에 들어오는 제품은 오랜 배송기간 때문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이 많고, 터무니없이 값이 비싼 경우도 흔하다.

A 씨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라벨이 희미해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등 한국에서라면 절대 팔 수 없는 제품들이 버젓이 진열된 것을 보면 화가 난다. 결국 우리 같은 한인조차 중국마트로 발길을 돌릴 정도”라며 혀를 찼다.

○ “한국산 식자재, 비싸고 찾기 어려워”

이러한 어려움은 비단 개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교적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해외에 진출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 펴낸 ‘국내 외식기업 해외 진출에 따른 국내산 식재료 수출 효과 연구’ 보고서가 소개한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 매장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식재료 수급의 어려움이다.

특히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은 현지에서 조달하더라도 양념, 조미료 등의 가공식품은 한국산을 써야 하는데 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식자재를 수출할 때 주로 배편을 이용한다. 빠른 운송을 위해 항공편을 이용하면 종종 제품 가격보다 운송비가 더 많이 든다. 해상운송을 이용하면 유럽의 대형마트에 제품이 도달하기까지 대략 두 달이 걸린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국 식품의 유통망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베를린에서 한식당 ‘마당’을 운영하는 서지현 씨(45·여)는 “한국의 대형 업체들이 최소 5년만이라도 끈기 있게 유통망 구축에 힘을 쏟는다면 새로 문을 연 한식당들이 안정적으로 식자재를 공급받아 제대로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검역절차 같은 비관세장벽도 식자재 수출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계탕의 경우 우리 정부가 2004년 미국 정부에 수출 허용을 요청한 지 10년 만인 지난해에야 비로소 수출이 가능해졌다.

○ 한류 시들자 한국산 수입 급감한 일본 사례 참고해야


해외 각국의 문화와 소비 트렌드에 관한 면밀한 파악도 중요한 과제다. 해외 한식당 점주들은 해당 국가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무분별한 진출은 외려 큰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는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한국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떡볶이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노출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떡볶이는 유럽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는 편이다. 베를린의 한식당 겸 카페 ‘공간’의 점주 이종영 씨(43)는 “적지 않은 유럽 사람들은 떡의 쫀득쫀득한 식감을 불쾌하게 여기는 편”이라며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끄니 유럽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로 점포를 열었다간 십중팔구는 실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의 사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2009년을 전후로 한류를 타고 막걸리, 김치 등 한국 식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독도나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외교 갈등에 따른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 확산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한국산 식품의 일본 수출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막걸리의 지난해 일본 수출액은 915만 달러(약 102억 원)로, 가장 많이 수출됐던 2011년(4842만 달러·약 537억 원)의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K-푸드 열풍을 장기적으로 이어가려면 프리미엄 전략으로 자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농축산식품의 할랄 인증 획득은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할랄은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원래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일컫지만 최근에는 안전한 먹거리로 통용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강혜영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K-팝이나 드라마 인기에 편승한 먹거리 전파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K-푸드 열풍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 식품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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