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대그룹 정상화, 넘어야 할 2개의 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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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산업부
김성규·산업부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주식을 모두 매각하면서 1년 반에 걸친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대상선은 보유 중인 현대증권 주식 5307만736주를 6474억6298만 원에 버팔로 파이낸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이번 주 중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버팔로 파이낸스는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현대그룹은 이로써 2013년 12월 이후 약 4조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3조3000억 원의 선제적 자구계획안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미국에 있는 자산 유동화 작업까지 마무리되면 자구 계획은 마침표를 찍게 된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정상화됐다고 보려면, 현대그룹 매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돼야 한다.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 42억 원을 기록하며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사실상 본전 수준이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정리하는 노선 합리화 작업 진행도 더디다. 결국 한국기업평가가 이달 초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B’로 한 단계 낮췄다. 게다가 현대상선의 주식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이 주식을 담보로 2390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현대상선의 주식은 당일에만 8.4% 급락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으로선 그나마 ‘장사’가 잘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2대 주주인 스위스의 엘리베이터 업체 ‘쉰들러홀딩AG’의 반대로 암초에 부딪힌 상황. 한여름이 다가왔지만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는 아직 꽃샘추위가 부는 듯하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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