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인과관계 분석과 ‘업무 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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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얼마 전 경찰이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고의적인 급정차 등 보복 운전을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경찰은 보복 운전자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 법을 어기면 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경찰의 방침은 당연히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일반인들의 생각은 경찰과 약간 다른 것 같다. 댓글에는 ‘보복 운전도 나쁘지만, 보복 운전을 유발한 사람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등장한다. 보복 운전의 상당수는 기습적인 끼어들기나 개념 없는 운전 매너 때문에 생긴다. 게다가 이런 행위 역시 사고를 유발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과관계’란 키워드가 떠올랐다. 물론 경찰은 현재 끼어들기 단속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생각한다면 보복 운전만큼 끼어들기 등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인과관계 분석은 논리적 사고의 기본이며, 소위 말하는 ‘업무 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컨설팅 회사들은 초임 컨설턴트들에게 ‘로직트리(Logic Tree)’라는 것을 가장 먼저 가르친다. 로직트리는 어떤 사안의 원인 또는 해결책을 아주 작은 것, 또는 근본적인 것까지 따져 보는 기술이다. A라는 문제의 원인을 a1과 a2로 구분하고 a1과 a2가 발생하는 원인인 a11과 a22를 밝혀 보는 식이다.

유능한 관리자나 경영자는 문제 해결을 잘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밝혀 그것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것이 바로 인과관계 분석이 업무 지능의 핵심이 되는 이유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인과관계 분석이 잘못되거나 전혀 시도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통업계에서 일하는 지인 중 한 사람은 “상품 구색이 문제라서 경쟁사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점포에 무조건 ‘폭탄 세일’을 지시하는 본사 담당자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며 “세일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면 누가 문책을 당하겠나”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헛다리 짚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조직이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을 활발히 찾는 데다, 위기 상황에 대한 해결책에는 반론을 제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가 어려울 때는 주말 출근이나 간부 수련회 같은 아마추어적 대응책이 넘쳐나게 된다. 이런 행위는 조직원들의 냉소와 비관을 부를 뿐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소비 침체 등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등에선 환영하는 표정이지만 일각에선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빚 내서 소비할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고, 전세금만 올라가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더 줄어들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과연 인과관계 분석을 잘한 것일까.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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