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만심이 부른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 치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메르스 확산의 최대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이 부분 폐쇄됐다. 이 병원 응급실의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위험 기간이 끝나는 24일까지 외래 입원 응급실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에 이어 이 병원 다른 의사 감염자도 추가 확인됐다. 어제 이 병원 송재훈 원장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뒤늦게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메르스 확진자 145명 중 삼성병원에서 감염된 사람은 72명이다. ‘슈퍼 전파자’가 된 14번 환자가 지난달 27일 응급실을 찾은 이래 일등주의 삼성의 병원이 ‘2차 유행’의 관문으로 전락했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뒤 9일간 더 근무했고 그가 직접 이송한 사람만 76명에 이른다. 의사인 138번 환자의 경우 14번 환자와 같은 응급실에 있었는데도 애당초 격리 대상에서 빠졌다. 그가 진료를 계속하는 동안 노출된 사람이 몇 명인지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삼성병원은 잘못을 바로잡을 골든타임을 여러 번 놓쳤다. 첫 메르스 환자를 확진한 병원인데도 14번 환자에 대한 안이한 대처로 이 환자의 응급실 밖 동선을 통제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14번 환자의 확진 이후, 보건 당국에 격리자 정보를 늦게 제공하면서 닷새 동안 시간을 허송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 다녀간 환자의 보호자와 문병객들이 누락된 탓에 이들은 다른 병원을 옮겨 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삼성병원은 14번 환자에 대한 정부의 정보 공유가 없었던 탓으로 떠넘겼다. 하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수원 성빈센트병원 등은 자체적으로 의심환자를 격리 조치한 뒤 정부와 협력해 추가 환자 발생을 막아냈다. 국회에 출석한 삼성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삼성병원에 특단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 뒤에야 공식 사과와 부분 폐쇄 결정이 나왔다. 삼성병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의문스럽다.

삼성병원은 조만간 진정될 가능성을 보였던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폭탄 역할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삼성병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국가방역망에서 열외였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는 자만심과 허술한 메르스 대처가 자초한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자만심#삼성서울병원#부분 폐쇄#치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