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시작된 추리소설 전쟁…한국독자에 ‘먹히는’ 추리물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4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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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대목이 바뀌고 있다.

보통 추리나 미스터리, 공포 소설의 대목은 휴가철인 7월에 시작됐으나 봄이 짧아지고 6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대작들이 일찌감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찍 시작된 추리·미스터리 소설 전쟁

인기 작가들의 작품들을 묶어 ‘추리 소설 어벤져스’로 통하는 ‘페이스 오프’(황금가지)가 최근 출간됐다. 마이클 코넬리(‘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리 차일드(‘잭 리처’ 시리즈) 등 영미권 대표 추리소설 작가 22명이 두 명씩 짝을 이뤄 쓴 단편소설 11개를 담았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잿빛음모’(문학수첩),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스타 작가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산자와 죽은 자’(북로드),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 ‘황금방울새’등 굵직한 작품도 지난주 잇따라 출간됐다.

이달 내로 나올 기대작도 많다. 우선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추락해 최후를 맞은 셜록 홈즈, 그 뒤의 이야기를 다룬 ‘셜롬 홈즈: 모리아티의 죽음’(황금가지)이 관심을 모은다. ‘2014년 에드거 상’을 수상한 스티븐 킹의 첫 탐정 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문학수첩), ‘모방범’으로 잘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북스피어)도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제로 통하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죽은 자의 심판으로’(은행나무), ‘스노무맨’을 쓴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가 요 네스뵈의 ‘아들’(비채),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로 유명한 ‘나인 드래곤’(RHK코리아)도 이달 내 나올 예정이다.

●한국 독자가 어떤 추리물을 좋아할까

국내 독자들에게 ‘먹히는’ 추리물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동아일보 취재팀이 교보문고와 함께 2006~2015년 추리·미스터리·공포 소설 분야 누적 판매량을 분석했다. 1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 2위는 프로이트와 융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살인의 해석’이 각각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 추리 소설 수가 많았지만 최상위권은 영미, 유럽 소설이 차지했다. 작가 별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압도적인 1위였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우타노 쇼고 순이었다.(표 참조).

황금가지 김준혁 주간은 “일본 추리소설은 영미권에 비해 캐릭터가 살아있어 감정이입이 잘되고 배경, 정서적으로 이해가 잘 된다. 문체도 술술 읽힌다”고 말했다. 북로드 이서하 편집자는 “일본 추리 소설은 작가가 다작을 하고 마니아층이 책을 사 밀리언셀러급 대박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영미권 장르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 한번 흐름을 타면 일반 독자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일본 추리물은 아기자기한 디테일과 깔끔한 전개, 영미권은 총격전, 마약, 첩보 등 선 굵은 하드보일드 성향, 북유럽 소설은 어둡고 선혈이 낭자한 분위기의 특징을 지닌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추리·미스터리 물은 △2000~2005년 ‘다빈치 코드’ 등 영미권 소설 △2006~2013년 일본 소설 △2014~현재 북유럽 작품 등으로 변해왔다. ‘비채’ 이승희 편집장은 “영미, 일본권은 괜찮은 작품이 다 소개돼 소진된 반면 북유럽 작품은 이제야 가장 잘 쓴 책들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고 말했다.

반면 한국 추리 소설의 전망은 어둡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추리소설을 쓰면 ‘급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폄하하니 양질의 작가가 나올 환경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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