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 일자리 싸움, 한국 유학생에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4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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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인도 기업 사이에 ‘일자리 싸움’이 벌어졌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외국인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취업(H-1B)비자 후원(신청) 1, 2위 기업이자 인도의 정보기술(IT)서비스 아웃소싱 업체인 인포시스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에 대해 ‘비자 남용’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인도 기업들이 H-1B 비자를 이용해 인건비가 싼 인도 인력을 채용한 뒤 이들을 미국 기업에 파견하는 바람에 결국 미국 시민이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이번 조사는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요청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딕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과 공화당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바마)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시민 수천 명의 소중한 일자리가 H-1B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에게 부당하게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양당 모두 ‘외국인이 미국시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데 H-1B비자가 악용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의 한 IT업체는 최근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미국시민권자 500여 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인도계 인력(H-1B비자 소지자)을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IT회사가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등에선 “노동부의 이번 조사가 미국 내 외국인 취업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4년도 H-1B비자의 신규 및 갱신 승인 통계를 보면 인도 출신이 22만286건으로, 전체의 69.7%를 차지했다.

한국 금융기관의 한 뉴욕지점장은 “H-1B비자 남용에 대한 미 언론과 노동부 등 관계당국의 반감은 한국 유학생의 미국 내 취업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한국 출신을 채용하려면 노동부 등에서 ‘그 자리에 미국시민을 뽑을 수 없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라’는 압력이나 조사가 들어온다. 그런 일을 자주 겪다보면 ‘그냥 미국인 채용하는 게 속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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