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고객 ‘윈-윈’ 하려면? 신한銀, 고객 수익률로 평가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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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만 하시지 말고 펀드 투자도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정기예금 금리가 너무 낮아서요.”

3월 신한은행 한남동 금융센터를 찾은 고객은 박양서 주임의 이런 권유에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종합병원 간호사인 일하는 이 고객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안정성향의 투자자였다. 하지만 박 주임은 최근 펀드시장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고객은 설득력 있는 설명에 점차 마음을 열다 딱 500만 원만 해외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의 펀드 투자 수익률은 한 달 반 만에 15%를 넘어섰다. 그러자 그는 동료 간호사 5명을 몰고 지점에 나타났다.

박 주임처럼 적극적으로 ‘고객 자산불리기’를 고민하는 직원들이 신한은행 지점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이 3월부터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직원 평가에 고객의 수익률을 반영하는 인사실험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과거에는 창구에서 수동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처리해주던 직원들이 먼저 금융상품을 공부해 권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신하자 고객의 수익률 역시 오르고 있다.

● 고객의 수익률로 지점·직원 평가

은행들은 직원이나 영업점을 평가할 때 대출액, 예금액 증가를 평가하는 등 외형을 중시했다. 또 고객의 수익보다 은행의 손익을 먼저 따졌다. 그러다 보니 은행원들은 고객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보다 판매마진이 높은 상품을 파는 경향이 강했다.

신한은 저금리시대에 고객과 은행이 ‘윈-윈’ 하려면 이런 관행을 바꿔야한다고 판단했다. 1년여에 걸쳐 ‘고객자산 성과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예금·적금은 물론 펀드·신탁 같은 투자상품까지 모든 상품의 종합 수익률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측정한 고객 수익률을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얼마나 수익을 냈느냐’를 놓고 직원들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한은 또 연말 평가 때 고객수익률 우수영업점의 평가등급을 한 계단 상향 조정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본점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영업점들에 찾아가 수익률을 분석하고 의사가 처방하듯 해당 영업점의 수익률 상승을 위한 전략을 제공하는 ‘WM클리닉’도 진행했다. 김영옥 자산관리솔루션부 차장은 “고객 수익률이 평가에 반영되면서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영업점 문을 열기 전 새벽이나 결산을 마친 저녁에 클리닉을 진행했는데도 직원들이 다수 참가했고 수익률을 끌어올릴 방법을 묻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라고 전했다.

● 고객 수익률 상승

신한의 인사실험은 서서히 고객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도 높은 여신관리로 유명한 신한은행이지만 그동안 고객들의 펀드 수익률은 경쟁은행에 비해 높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주식형 펀드 3년 투자수익률은 KB국민(20.2%), 외환(14.5%), 하나(9.8%), 농협(9.5%), 신한(8.5%), 우리(6.2%)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신한의 자체분석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주식형 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12.94%였다. 은행들 가운데 수위권에 들었다는 평가다. 안원걸 투자자문부 부부장은 “고객수익률의 KPI반영을 계기로 펀드 수익률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은행들은 신한의 실험을 주시하고 있다. 기준금리 1.5%의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어느 때보다 고객들이 수익률에 민감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0.1%포인트 수익률 차이에도 은행을 옮기는 고객들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신한의 시도가 고객이동에 미칠 영향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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