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다운계약서 합의 어겨도 할인가에 소유권 받을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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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인이 계약서상 가격을 실제 거래가보다 낮춰 적는 다운계약서를 써주기로 하고 집값을 깎기로 합의했다면 실제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더라도 할인된 집값만 주고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집을 사려던 김모 씨(49·여)가 집주인 이모 씨(53)를 상대로 낸 위약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7월 이 씨에게 1억 5000만 원에 충남의 한 단독주택을 구입하면서 계약서상 매매대금을 7400만 원으로 써주기로 했다. 이 씨는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어 집값을 500만 원 깎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김 씨는 계약금 4000만 원을 내고 한 달 뒤 잔금 1억1000만 원을 치르면서 “남편이 공직자라 재산등록을 해야 해 위법한 다운계약서를 써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씨는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을 거면 깎아줬던 500만 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김 씨는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위약금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김 씨가 잔금 1억1000만 원을 지급했는데도 이 씨가 가격을 문제 삼아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계약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최초 계약금 4000만 원과 위약금 4000만 원 등 총 8000만 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김 씨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해주지 않았다면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거나 가격이 달랐을 거라며 이 씨의 행위가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소유권과 매매대금이 오가는 게 주된 목적이고, 다운계약서 작성 여부는 부수적 사안에 불과하다”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김 씨가 다운계약서를 쓰기로 한 합의를 어겨 계약이 해제됐다면 손해배상금을 산정할 때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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