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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발버둥쳐 보지만 결국 운명의 소용돌이로… 그림 속 홰에 묶인 방울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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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발버둥쳐 보지만 결국 운명의 소용돌이로… 그림 속 홰에 묶인 방울새처럼

김지영기자 입력 2015-06-13 03:00수정 2015-06-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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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전 2권)/도나 타트 지음·허진 옮김/1권 508쪽, 2권 484쪽/
1권 1만5000원, 2권 1만4000원/은행나무
‘디킨시하다’라는 수식어 붙은 작가
섬세한 관찰력 돋보이는 문체로 실제 존재하는 그림 소설로 불러와
카럴 파브리티위스의 그림 ‘황금방울새’. 저자는 홰에 묶인 작은 새의 그림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포착했다. 은행나무 제공
‘외로운 애완용 새라니 왜 홰에 사슬로 매인 포로였을까? 위대한 그림은 모두 사실은 자화상이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파브리티위스는 스스로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햇살처럼 밝게 빛나는 벽에 걸린 청동 홰에 방울새가 묶여 있다. 이 방울새에서 작고 연약한 사람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이 그림을 소설로 끌어온다. 17세기 화가 카럴 파브리티위스의 작품으로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소장된 ‘황금방울새’다. 이 그림이 전시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폭파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엄마와 함께 우연히 미술관에 들렀다 살아남은 소년 시오의 손에 이 그림이 쥐여진다.

저자 도나 타트는 ‘디킨시하다’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다.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문체가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를 떠올리게 하는 데다, ‘황금방울새’의 소년 시오의 굴곡진 삶이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실제로 폭발 현장의 꼼꼼한 묘사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 배치가 담긴 서두를 읽으면 범인을 찾아가는 게 주요 내용인가 싶지만, 실은 의지할 어른 없는 세상을 겪으면서 자라난 사내의 성장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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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어머니를 잃은 시오는 부유한 친구 앤디의 집에서 머물다가 우연히 들른 고가구 가게에서 피파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 소녀는 시오가 폭발 현장에서 마주쳤던 사람이다. 시오가 피파와 고가구의 매력에 빠질 무렵 어렸을 적 시오를 떠났던 아버지가 찾아와 시오를 라스베이거스로 데려간다. 서먹했던 아버지와 애정을 쌓아가나 싶었는데 아버지가 원한 것은 죽은 엄마가 시오 앞으로 저축해 놓은 돈이다. 그는 자신이 숨겨놓은 그림 ‘황금방울새’의 존재를 알릴 기회를 놓치고 전전긍긍하면서도 힘들 때마다 그림에서 위안을 받는다.

20대가 되어서도 시오의 방황은 계속된다. 그는 마약을 끊지 못하고 가짜 고가구를 진품으로 속여 파는 일을 하고 있다. 피파에 대한 연정은 깊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여성과 결혼할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갖고 있던 그림 ‘황금방울새’로 인해 사기꾼들과 엮이고 총싸움에 말려들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저자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미술품상과 마약상을 만나게 하고 상류사회와 하류층을 두루 겪게 하면서 그를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그림 속 홰에 묶인 방울새처럼, 시오는 발버둥치며 힘겨운 시간을 겪지만 늘 손 안의 그림 빼놓고는 모든 것을 잃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가 자신을 묶었던 그림과 소녀 피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애틋하면서도 희망적이다.

설정 자체가 강박적일 정도로 세밀하다는 평을 듣는 작가다. 실제로 공간 변화가 다양한 데다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해 읽다 보면 헷갈리기 쉽다.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일단 소설 페이스에 익숙해지면 속도가 붙는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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