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큰불’ 잦아들지만… 경유병원 ‘잔불’ 안심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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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진압이냐 장기화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2차 고비를 넘겼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총 60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35)가 이 병원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시기(지난달 29일)로부터 2주(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지난 시점인 12일 추가 확인된 환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날 추가로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 수는 4명이며 이 중 3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환자 수가 하루 최고 23명(8일 기준·이 중 삼성서울병원 환자는 17명)까지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큰불’(대규모 감염)은 잡힌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부터는 큰불보다 ‘잔불’(산발적 감염)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일부 환자의 감염경로를 규명하는 게 잠재적 제3의 대규모 확산을 막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 파악 안 된 감염경로 명확히 규명해야

우선 삼성서울병원에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왔다 메르스에 감염된 115번 환자(77)의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보건당국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 두 환자가 접촉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115번 환자가 영상의학과에서 X선 검사를 받은 뒤 응급실 바로 옆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에 들렀다는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14번 환자의 당시 동선은 알아내지 못했다.

특히 14번 환자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뿐만 아니라 병원 1층의 다른 공간으로도 돌아다녔다는 게 확인되면서 더욱 큰 규모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14번 환자의 동선에서 직·간접적 접촉이 이루어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의 동선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도 잠재적인 제3의 확산을 막는 데 꼭 필요한 절차다. 보건당국은 119번 환자가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119번과 52번 환자의 방문 시간이 정확하게 겹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진료 기록지에 기록된 시간과 실제 머문 시간은 다를 수 있다”며 “퇴원 수속을 밟고 실제 병원 문을 나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두 환자의 접촉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만약 평택박애병원에서 119번 환자가 발생한 것이라면 3차 감염자(52번)에게 감염된 4차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전파될수록 감염력이 떨어져 4차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이에 반하는 현상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반장은 “119번 환자(4차 감염자)와 같은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순 있지만 대량으로 발생할 확률은 낮다”고 진단했다.

○ 3차 진원지 위험 아직 남아 있어

새로운 특정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대거 나오는 ‘3차 진원지’가 발생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까지는 3차 진원지 발생 가능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3차 진원지가 발생할 경우 또 한 번 다수의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98번 환자(58)가 거쳐 갔던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115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전에 들렀던 경남 창원힘찬병원(5월 29일), 가족보건의원(3일), 창원힘찬병원(4일), 창원SK병원(5일) 등이 잠재적 3차 진원지다. 90번 환자(62·사망)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대전 을지대병원도 역시 보건당국이 감염 사태 발생을 우려하고 있는 병원이다.

98번 환자는 메디힐병원에서 약 240명, 115번 환자는 거쳐 간 병원에서 약 550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90번 환자는 을지대병원에서 170여 명, 거주지인 충북 옥천 지역 의료기관에선 40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환자들의 확진일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가 되는 22∼24일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충분히 산발적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국민안심병원 87곳 명단

○ 서울=이대목동병원, 중앙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경희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대부속병원(안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을지병원, 삼육서울병원, 영등포병원, 명지성모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인제대상계백병원, 중앙보훈병원, 인제대서울백병원, 강동성심병원, 부민병원, 한강수병원

○ 부산=인제대부산백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좋은삼선병원, 광혜병원, 삼육부산병원, 해동병원,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온종합병원

○ 인천=인하대병원, 검단탑병원, 인천광역시의료원, IS한림병원, 부평세림병원

○ 대구=대구가톨릭대칠곡가톨릭병원

○ 울산=울산대병원

○ 광주=전남대병원, 서광병원

○ 대전=대전한국병원, 대전선병원, 유성선병원

○ 경기=순천향대부천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세종병원(부천시), 오산한국병원, 현대병원(남양주시), 경기도의료원안성병원, 지샘병원(군포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명지병원,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원광대의대 산본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남양주한양병원, 가톨릭성빈센트병원, 시화병원(시흥시), 안양샘병원, 분당제생병원, 아주대병원, 신천연합병원(시흥시), 동국대일산병원, 뉴고려병원, 가톨릭의정부성모병원, 안성성모병원

○ 강원=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강릉동인병원, 속초보광병원

○ 충북=
충북대병원, 제천서울병원, 건국대충주병원, 한마음의료재단하나병원

○ 충남=순천향대 천안병원, 백제병원, 천안충무병원

○ 전북=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동군산병원, 부안성모병원, 전주열린병원

○ 전남=성가롤로병원, 세안종합병원, 순천한국병원, 목포기독병원, 목포중앙병원

○ 경북=차의과대학 구미차병원

○ 경남=창원파티마병원

○ 제주=제주대병원, 제주한라병원

이세형 turtle@donga.com / 세종=유근형 기자
#메르스#삼성병원#경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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