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질병관리본부와 소통 미흡… 확진 늦어지며 노출 시간 길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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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격리 끝내고 6월 셋째주 복귀하는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

“막연한 공포로 일반 환자분들이 병원 방문을 미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기 바랍니다.”

1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2층 로비. 메르스 환자 진료로 인해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병원 감염관리실장 최수미 감염내과 교수(44·여)가 연단에 서서 그간의 힘겨웠던 심경을 털어놨다.

최 교수와 함께 자가 격리된 의료진과 직원은 총 40여 명에 이른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측은 “당시 진료활동을 펼쳤던 의료진은 전원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자택 격리 기간은 10일 끝났지만, 이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15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지난달 27일 6번 환자(71·사망)를 진단하고 자가 격리됐다. 당시 6번 환자는 타 병원에서 패혈증, 폐렴이 의심돼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왔다.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음압 격리병상에 있다가 메르스로 확진받고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최 교수는 자가 격리 기간에 친정 식구를 본인 집으로 보낸 뒤 홀로 친정에서 지냈다. 혹시나 가족에게 메르스가 전염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최 교수는 친정에 머물면서도 감염관리실장으로서 병원에 있는 의료진을 전화로 진두지휘했다.

최 교수는 “우리 병원은 메르스 사태 초기에 첫 확진환자로부터 접촉자 파악의 허점, 질병관리본부와의 불통, 당국의 미숙한 초동 대응 등 여러 문제점을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6번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1번 환자(68)와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동에 입원해 메르스에 감염됐다. 병원은 6번 환자와 같은 중환자실에 머문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검사한 끝에 모두 메르스 음성을 확인했다.

이날 최 교수는 그간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감정이 북받친다며 준비된 원고 이외에 별도의 인터뷰는 사양했다. 안종배 여의도성모병원 영성부원장은 “(최 교수가) 무엇보다 질병관리본부와의 불통을 가장 힘들어했다. 메르스 의심환자라고 건의를 했는데도 확진 판정이 신속히 되지 않고 지연되다 보니 (메르스 환자에) 노출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송석환 여의도성모병원장은 “처음 이 환자의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을 땐 아직 메르스라는 병이 우리나라에 노출되기 전이었다. 6번 환자가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도 않았고, 병원에서 접촉했을 가능성도 없다고 들었지만 (정부에) 지속적으로 부탁해서 (메르스를) 검사했다”고 털어놨다.

최 교수는 병원 내 추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로 원내 감염관리 기본수칙을 잘 지켰고, 의료진이 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했고, 비상상황에서 직원들이 추가 예방지침을 잘 준수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지시에 따랐던 점을 꼽았다.

한편 이날 가톨릭중앙의료원장과 8개 부속병원 원장들은 ‘메르스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어떤 환자도 차별하지 않고 최선으로 돌보겠다’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상황에 완벽히 대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르스는 안전수칙만 잘 따르면 확실하게 예방이 가능하다. 근거 없는 소문은 무시하고 이제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박은서 clue@donga.com·이샘물 기자
#자택격리#여의도성모병원#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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