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망치질한 그대 좀 쉬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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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명물 ‘해머링 맨’ 60일 휴가… 내부 부품 교체-팔 도색 작업 실시

9일 높이 22m에 이르는 광화문 랜드마크 ‘해머링 맨’에 보수공사를 위한 철골구조를 세우고 있다. 11일 가림막을 설치해 당분간 해머링 맨의 망치질은 볼 수 없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9일 높이 22m에 이르는 광화문 랜드마크 ‘해머링 맨’에 보수공사를 위한 철골구조를 세우고 있다. 11일 가림막을 설치해 당분간 해머링 맨의 망치질은 볼 수 없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워커홀릭 ‘해머링 맨(Hammering Man)’이 두 달간 휴가를 떠났다.

말 그대로 ‘망치질하는 남자’인 ‘해머링 맨’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흥국생명 빌딩 앞을 12년간 지킨 공공 예술 작품. 광화문 일대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흥국생명은 11일 ‘해머링 맨’의 몸통 내부의 낡은 체인 교체와 팔 부분의 도색 작업을 하기 위해 천 가림막을 설치했다. 그동안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점검을 하기 위해 일을 쉰 적은 있지만, 60일간 장기 휴식에 들어간 건 처음이다.

키 22m, 무게 50t에 달하는 그는 참 열심히 일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11시간을 쉬지 않고 60초에 1번씩 망치를 내렸다 올렸다 했다. 하루 660회. 2002년 처음 세워진 이후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총 340만 번의 망치질을 했다.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는 1976년 튀니지 구두 수선공이 열심히 망치질하는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그는 구두 수선공의 망치질을 노동자의 심장 소리로 느꼈다고 한다.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1979년 만든 3.4m 높이의 ‘일하는 사람’이 시작이었다. 이후 1988년부터 세계 11개 도시에 지금 형태의 거대한 ‘해머링 맨’을 선보였다. 한국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위스 바젤, 독일 푸랑크푸르트에 이어 7번째로 세워졌다. 겨울마다 ‘해머링 맨’은 산타클로스로 분장해 머리에 빨간 모자와 빨간 장화를 신어 행인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진흥법은 연면적 1만 m²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회화 조각과 같은 미술작품을 건물 앞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서울 도심에만 3280여 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법만 지키는 데 급급해 형식적으로 구석에 작게 설치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건물 앞에 웅장하게 서 있는 ‘해머링 맨’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작품으로 꼽힌다.

‘해머링 맨’의 묵묵한 아버지 같은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지난달 출간된 동화책도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신작 ‘기다리는 집’은 아버지의 망치질을 가족 간의 관계를 단단하게 회복하는 수단으로 표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워커홀릭#해머링 맨#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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