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요즘 젊은이들, 달달한 이야기 볼 짬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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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 열연하고 있는 유연석(왼쪽)과 강소라.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라는 ‘홍 자매’ 작품인데도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제공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 열연하고 있는 유연석(왼쪽)과 강소라.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라는 ‘홍 자매’ 작품인데도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제공
“너, 내가 죽을 만큼 아픈 사람인 줄 알고 불쌍해서 그동안 옆에 있어 준 거야? 나 안 아파. 너 ‘죽을 때까지 내 꺼’라고 했지. 근데 이제 어떻게 하냐.”(‘맨도롱 또똣’ 이정주)

“계속 네 꺼야. 죽을 때까지 네 꺼야.”(백건우)

4일 ‘제주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개미와 베짱이의 사랑’을 소재로 한 MBC 수목 드라마 ‘맨도롱 또똣’ 8회의 한 장면이다. 이정주(강소라)가 죽을병에 걸린 것으로 오해했던 백건우(유연석)가 정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며 정주를 껴안았다. 16부작 드라마의 반환점을 도는 중간 클라이맥스인데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 드라마는 ‘홍 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작품. 홍 자매는 “여성의 판타지를 가장 잘 극화한다”는 평을 받으며 ‘로맨틱 코미디(로코) 드라마의 최고봉’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맨도롱 또똣’의 시청률은 7% 안팎(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이다. 홍 자매의 이전 작품 ‘최고의 사랑’(MBC·2011년) ‘주군의 태양’(SBS·2013년) 등이 2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다.

‘알콩달콩한’ 사랑의 판타지마저 마음 편하게 즐기기 어려워진 걸까? 최근 TV 드라마에서 로코의 성적이 썩 좋지 않다. SBS 주말극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도 7일 16회가 방영되며 주인공의 로맨스가 상당히 진전됐지만 시청률이 3%대다. 지난해에도 KBS ‘연애의 발견’ ‘트로트의 연인’, MBC ‘앙큼한 돌싱녀’,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로코의 시청률이 대체로 저조했다.

공희정 문화평론가는 “‘맨도롱 또똣’은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홍 자매의 이전 작품보다 재미가 덜하지 않다”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이 달콤한 드라마에서 ‘펀치’(SBS)나 ‘풍문으로 들었소’(SBS)처럼 사회의 어둡고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는 드라마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로코의 퇴조는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팍팍한 최근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랑싸움에 감정 이입을 할 만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취업 등의 부담 탓에 연애가 일종의 판타지가 돼 버린 젊은이들은 로코를 즐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로코의 주 시청층인 이들이 실시간 TV를 이전보다 덜 보는 것도 로코 시청률 부진의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장르와 혼합된 일부 로코물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로코와 판타지 사극을 섞어 버무린 ‘빛나거나 미치거나’(MBC·2015년), 수사물과 혼합한 ‘너희들은 포위됐다’(SBS·2014년) 등이 그렇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만 담는 정통 로코 장르보다는 스릴러나 판타지, 사극 등 다른 장르와 버무려 줄거리 예측을 어렵게 하고 긴장감을 주는 복합장르 드라마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맨도롱 또똣#유연석#강소라#홍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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