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유현]“전병일 사장 해임 안해”… 말 뒤집은 포스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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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현·산업부
강유현·산업부
“최근 미얀마 가스전 조기 매각과 관련해 그룹 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치고 계열사와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해임 절차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11일 오후 포스코는 이런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놨다.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과 관련해 전 사장이 반발하자 그를 보직 해임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포스코의 해명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지난달 포스코 가치경영실이 작성한 대우인터내셔널 가스전 매각 관련 보고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됐다. 직원들이 동요하자 전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회사의 동력을 앗아갈 뿐 아니라 포스코에 대한 불신과 불만, 자회사로서의 자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 사장은 10일에는 사외이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보낸 사실이 본보 보도로 밝혀졌다. “(대표)이사직 사임을 포함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한 결과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이후 주주와 회사가 원한다면 최고경영자직을 내려놓겠다.”

포스코의 주장대로 아무런 갈등도 없고 해임 절차를 진행하지도 않았다면 전 사장이 뜬금없이 이런 e메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포스코는 해명 자료에서 “조만간 당사자(전 사장)의 적절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며칠간 포스코 측은 전 사장을 만나 스스로 사임할 것을 설득해 왔다. 재계에서는 전 사장을 바로 해임하면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갈등이 증폭돼 취임 2년 차인 권오준 회장의 구조조정 틀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10일 구조조정 총괄책임자인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을 보직 해임하고 11일 홍보담당 임원을 경질했다. 조직 내 갈등을 덮는 데 급급하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당장엔 간편하겠지만 나중에 더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킨 포스코는 진정한 쇄신의 의미를 숙고해야 한다.

강유현·산업부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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