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타자 나지완…김기태 감독의 마지막 배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2일 05시 45분


KIA 나지완은 10일 광주 넥센전에서 프로 데뷔 8년 만에 처음 1번타자로 기용됐다. KIA 김기태 감독의 배려 속에 경고도 감지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나지완은 10일 광주 넥센전에서 프로 데뷔 8년 만에 처음 1번타자로 기용됐다. KIA 김기태 감독의 배려 속에 경고도 감지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타석서 공 많이보라는 김 감독의 의도
반전 못 이끌어내면 1군 제외 의미도


KIA 김기태 감독은 외향적인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홀로 사색하는 것을 즐긴다. 야구가 없는 월요일에 휴대폰을 꺼놓고, 집에서 두문불출할 때가 많다. 그만큼 야구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거기서 창의적 착상들이 떠오르곤 한다. 이를 ‘깜짝 쇼’의 형태로 표출하거나 짧은 메시지로 전달하는 편인데, 주변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팀을 단합시키는 효과를 얻곤 한다.

이런 김 감독이 10일 광주 넥센전에 1번타자로 나지완(30)을 기용했다. 나지완으로선 프로 데뷔 8년만의 첫 1번타자 출장이었다. 결과(3타수 1안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도의 지점’이다. 짐작대로 ‘나지완 1번’ 카드를 가장 먼저 고안한 사람은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나지완의 1번 기용을 놓고 “선수 스스로 느끼도록 하자”며 코치들을 설득했다.

복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기술적 관점에서 (개막 이후 줄곧 부진한) 나지완의 타격이 단기간에 반등할 여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KIA 입장에선 나지완이 4번 또는 5번을 맡아줘야 이상적 타순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주장 이범호가 컨디션 저하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나지완의 1번 기용은 ‘최대한 공을 볼 수 있는 타순에서 다시 해보라’라는 배려로 볼 수 있다. KIA 타선의 현실과 선수를 챙기는 김 감독의 성향이 빚어낸 파격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발한 처방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나지완에게 시간이 없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이미 나지완은 2차례에 걸쳐 2군을 다녀왔다. 또 1군에서 제외되면 그때는 팀이 올 시즌 그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는 선고나 다름없다.

결국 나지완의 1번 기용은 당사자에게 보내는 김 감독의 마지막 배려이자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나지완은 11일 넥센전에는 5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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