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백기사 투자’ 대박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4년전 에버랜드 지분 17% 매입… 합병 이슈로 평가차익 2조 육박
투자 인맥 넓은 정몽진 회장이 주도… 만도-한라홀딩스 경영권도 지켜줘

‘백기사인가, 족집게 투자자인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지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물산의 ‘백기사’로 등장한 KCC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KCC는 다른 기업의 백기사 역할을 한 적이 여러 차례 있어 ‘백기사 전문 기업’이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지만, 막대한 시세 차익도 예상돼 순수한 백기사가 아닌 투자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KCC가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 지분은 10.18%, 1375만 주다. 이는 2011년 12월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이 지배구조를 개편할 때 삼성카드가 제일모직의 전신인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지분을 5% 밑으로 낮추기 위해 내놓은 것이었다. KCC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17%에 해당하는 42만5000주를 7739억 원에 사들였다. 이후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KCC는 이 회사 지분 2125만 주를 가지게 됐고 이후 제일모직이 상장할 때 750만 주를 매각해 약 1241억 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남아 있는 주식도 삼성물산과의 합병 이슈가 터지면서 가격이 급상승해 평가 차익이 1조9741억 원에 달한다. 당시만 해도 ‘무모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제일모직의 상장과 합병을 거치면서 ‘대박’이 된 셈이다. KC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37억 원이다.

KCC는 2008년 한라그룹이 외환위기로 네덜란드계 투자사 ‘선세이지’로 넘어간 옛 계열사 만도를 다시 찾아오는 데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267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라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도 지분 81.9%를 인수했는데, 당시 KCC의 몫은 29.99%였다. 2년 뒤 만도가 재상장할 때 KCC는 지분 12.93%를 처분해 1445억 원을 손에 쥐었고, 1년 뒤엔 남은 17.06%도 6370억 원에 처분했다. 3년 만에 5145억 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때 얻은 수익으로 제일모직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었다.

KCC는 올 4월에도 한라가 상호 출자 해소를 위해 시장에 내놓은 한라홀딩스 지분 7.98%(86만1611주) 중 4.0%를 인수했다. 나머지 3.98%는 다우기술이 인수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23%대로 떨어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범현대가인 KCC가 지켜 준 셈이다.

KCC의 이 같은 행보를 주도하는 사람은 바로 정몽진 KCC 회장(사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정 회장은 투자 분야 인맥이 넓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임석정 JP모건 한국법인 대표와 친분이 두터워 많은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일모직 투자를 권유한 것 역시 JP모건으로 알려졌다.

정몽진 회장의 아버지이자 전대 회장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도 현대가에 대한 투자에 열심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을 만들기 위해 2003년 6월 3000억 원을 들여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현대산업개발 등의 주식을 사들였고, 이들 주식은 현재 수천억 원의 평가 차익을 내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