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가 뚫렸다”는 삼성병원이나, “병원 폐쇄하라”는 野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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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메르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병원 측은 “우리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이 “삼성병원이 뚫려 슈퍼 전파자가 나오는 형국”이라고 지적하자 삼성병원의 정두련 감염내과 과장은 직접적인 확산 책임이 없다며 반발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은 “지금 컨트롤타워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상급 병원이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모습도, 정부의 대응에 별 문제가 없다고 계속 우기는 모습도 모두 볼썽사납다.

삼성병원은 가장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곳으로 메르스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다. 전체 환자 122명 중 이곳에서 감염된 사람이 55명이다. 응급실이 아닌 외래 환자 중 처음으로 확진환자가 나왔고 임신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이 방문자에 대한 뒷북 격리로 확산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가 격리 조치를 받은 환자들에게도 병원 측의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가 격리 등 삼성병원이 관리하는 대상이 25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병원으로선 억울한 점이 있을지 모른다. 이 병원 의료진은 1번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응급실에 왔을 때 즉각 메르스 의심환자로 격리 조치를 한 뒤 발병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온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했을 때 삼성병원은 이 병원에 집단 발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다. 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삼성병원으로 인한 대규모 확산은 이 병원의 감염 관리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 준다. 세계적인 감염내과 권위자가 병원장으로 있는 삼성병원은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어제 새정치연합 김상희 의원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장은 삼성병원을 치외법권 지대처럼 다뤘다”고 말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삼성병원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삼성병원에 대한 전면적 역학조사를 요구했다. 다른 목적을 갖고 삼성병원 책임론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정치권도 시민단체도 정략적 계산으로 메르스 사태를 이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메르스#국가#삼성병원#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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