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문체부 ‘인사 뒤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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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끌다 백지화… 국립현대미술관장 임용 논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 사이코패스’다. 사적인 판단으로 공무를 그르쳤다.”

“함량이 안 되는 관장을 뽑아 국립현대미술관의 향후 3년을 허송세월할 수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새 관장 임용 불발을 둘러싼 논란이 최종 후보와 문체부 간의 원색적인 비난전으로 번졌다.

관장 최종 후보에 올랐던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63)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예산과 인력, 시간을 들여 진행한 후보자 심사 결과를 문체부 쪽에서 뚜렷한 까닭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부적격하다’고 무산시켰다”며 “이는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을 통째로 무력화시킨 것이며, 김 장관은 문화계 수장의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 문체부는 “새 국립현대미술관장 채용 절차를 진행했으나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월 초 공모 신청을 마감한 인사혁신처는 3월 말 최 전 관장과 미술평론가 윤진섭 씨(60) 등 2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한 뒤 역량평가 작업을 실시했다. 이 중 최 전 관장만 역량평가를 통과해 4월 7일 문체부에 결과가 통보됐다. 하지만 문체부는 “최종 후보에 대해 추가 검증할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관장 임용 결정을 미뤄 왔다.

최 전 관장은 “지난달 중순만 해도 문체부 관계자로부터 ‘음해 투서가 있었지만 문제없이 통과했으니 취임 준비 하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8일 갑자기 인사담당 과장이 찾아와 ‘임용이 어렵게 됐다’고 통보했다”며 “이유를 물었지만 설명이 없었고 후보에서 자진 사퇴할 것을 종용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계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보니 최 전 관장은 업무 능력과 해외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에 닿았다”며 “나름 최 전 관장의 명예와 경력이 훼손될까 염려해 자진 사퇴를 권유한 건데 압박으로 느꼈다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문체부는 또 “국립현대미술관장 후보 추천과 역량 검증은 인사혁신처가 진행하지만 최종적으로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건 문체부 장관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장 공모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최 전 관장은 “잇따른 학맥 인사로 ‘괄목홍대’ 논란을 낳은 김 장관이 또 자신의 모교인 홍익대 출신 인사를 앉히고 싶어 마음을 바꿨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달 초 국립현대미술관 간부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최모는 완전 아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들은 뒤 알게 된 사연”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형민 전 관장이 지난해 10월 직원 부당채용 혐의로 직위 해제된 뒤 8개월째 관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문체부#인사#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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