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좌타 유격수 2명 모집” 수상한 특기자 전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모 대학 신입생 수시 요강 구설수… 학부모들 “특정선수 이미 선발” 의혹
해당 대학 “팀 사정상 꼭 필요해”

대학교 야구부 역시 팀 사정에 따라 필요한 선수 자원이 저마다 다른 게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투좌타 유격수 2명이 꼭 필요한 팀은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최근 A대에서 공개한 ‘2016학년도 신입생 수시 모집 요강’을 보면 이 학교는 내년도 체육 특기자 전형 야구 종목에서 10명을 뽑는다. 선발 기준은 아주 구체적이다. 유격수는 세 명을 뽑는데 한 명은 우투우타여야 하고, 두 명은 우투좌타여야 한다. 대한야구협회(KBA) 선수 등록 현황에 따르면 올해 고3 유격수 69명 중 우투좌타는 스위치 타자 2명을 포함해도 21명(30.4%)뿐이다. 그런데도 이 학교는 우투좌타 쿼터가 두 배 많다.

A대 야구부 감독은 “타선을 짜다 보면 오른손 타자와 왼손 타자 모두 필요하다. 2루수나 3루수는 이미 오른손 타자가 있기 때문에 유격수 자리에 왼손 타자가 필요해 이렇게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취임한 뒤로 우리 학교는 늘 필요한 전력에 따라 이런 기준을 정해 선수를 선발했다”며 “출전 대회 성적을 비롯한 서류 심사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공정하게 선수를 뽑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도 이런 기준으로 학생을 뽑고 있을까.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난해 전국 대학 체육 특기자 대입전형요강을 살펴보면 이렇게 구체적인 기준을 내세운 대학은 이 학교뿐이다. 다른 학교는 선발 인원만 공개하거나 “투수 3명, 포수 1명, 내야수 2명, 외야수 2명”처럼 기준 범위가 넓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이 학교에서 특정 선수를 뽑기로 미리 결정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왼손 타자가 필요하면 1루수 또는 외야수 포지션에서 충원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고3 외야수 129명 중 51명(39.5%)이 스위치 타자 1명을 포함해 왼쪽 타석에 들어설 수 있고, 1루수 27명 중에서는 8명(29.6%)이 그렇다.

최근 학부모 사이에서 널리 퍼진 입시 비리 의혹도 의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특정 대학 입학 지원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감독이 승부가 기운 경기만 골라 출전시켰다는 주장이다. 이 선수가 대입 지원 기준을 충족시킨 뒤로는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각 대학 야구부는 최소 기준 타석이나 이닝을 정하고 타율이나 평균자책점 등의 기준 기록을 충족한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성적은 조금 떨어져도 대학 잘 보내는 고교 팀이 따로 있다. 이 학교로 학생들이 몰린다”고 전했다.

A대의 입학팀 관계자는 “특기생 선발은 원래 민감한 부분이다. 그래도 이번 의혹 제기는 억울하다”며 “교육부 권고를 무시하고 (사실상 실기 평가인) 면접을 보는 학교도 있다. 그러고 나서는 ‘그저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는 식으로 얼버무리지만 우리는 아예 면접도 없다”고 주장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특기생 선발#대학교 야구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