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학력 이어 직장 따지는 소개팅 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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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 등 대기업 직원 대상… 회사 e메일로 받은 인증번호로 가입
“만남까지 스펙 만능주의” 비판… “신뢰성 높이려는 필터링” 반론도

메이저 앱 화면 캡처.
메이저 앱 화면 캡처.
“메이저 기업에 다니시나요? 다양한 메이저 싱글 남녀와 만나보세요.”

개인의 외모, 출신 대학 등을 어필해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명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 같은 구호를 앞세워 주요 대기업 회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앱이 등장해 화제다. 지난달 출시된 앱 ‘메이저’가 그 주인공. 외모, 학력도 모자라 상대방의 직장까지 보는 ‘스펙 만능주의’ 시대가 낳은 어두운 그림자라는 지적과 익명이 가득한 온라인 공간에서 좀 더 정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는 등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5일 ‘페이즐리’가 출시한 앱 메이저는 현재 앱 리스트에 등록된 180여 개 업체의 직원만 가입할 수 있다. 앱에서 제공하는 명단에 있는 본인의 회사를 선택한 뒤 회사의 e메일 계정으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삼성계열(삼성, 한화 등은 계열사별 기본 e메일 주소가 같아 계열로 묶임),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업종별 주요 업체는 물론이고 공무원, 초중고교 교사가 포함돼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육형찬 페이즐리 대표(30)는 “누락된 회사 직원이 개발진에 e메일을 보내면 회사의 규모, 요청 횟수 등을 감안해 리스트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메이저 기업 재직 여부를 강조한 앱에 걸맞게 개인 프로필에는 사진, 닉네임 다음에 소속 회사 이름이 뜨도록 해 놨다. 출시 한 달이 지난 10일 현재 메이저 가입 회원은 600여 명. 주로 직장 동료와 만든 모바일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출신 대학을 인증해 이성을 소개해주는 앱은 이미 활성화 단계다. 서울대생을 위한 소개팅 앱인 ‘스누매치’가 대표 사례다. 스누매치도 메이저와 동일하게 대학 계정 e메일로 서울대생임을 인증한 뒤 이성을 소개받는 앱이다.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가입할 순 있지만 상대방이 원치 않으면 매칭 대상에서 배제된다.

소개팅 앱 초기에는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이성을 선택하는 앱이 주류를 이뤘다. 10만 회 이상 내려받은 앱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이성들의 프로필 심사를 통과해야만 회원 자격을 준다.

소개팅 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개인의 인성보다 외모, 학벌, 직업 등 외적 스펙만을 강조하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좋은 이성을 만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직장인 박모 씨(29)는 “피곤한 직장생활 속에서 주선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소개팅 앱이 편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소개팅에서 주선자가 맡는 필터링의 역할을 온라인 앱에서 ‘인증 절차’가 대체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정보의 공개가 균등하지 않은 온라인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은서 기자
#소개팅#앱#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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