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판사 임관예정자 예우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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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출신 첫 판사 인사발령… 36명중 15명 법무법인 근무 경력

대법원이 다음 달 1일 임용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판사 37명의 신규 인사발령을 9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판사 임관 통지를 받은 후 6개월가량 로펌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판사 임관 예정자에 대한 ‘사전 예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보가 로스쿨 출신 신임 판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신상 정보가 파악되지 않는 1명을 제외한 36명 중 15명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중·대형 로펌에 근무한 것으로 10일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합격 통보를 받았으며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 ‘예비판사’들이 로펌에서 근무할 때 근로조건과 급여 등에서 우대를 받아 ‘사전 예우’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로펌과 예비판사들이 상부상조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취지대로 다양한 법조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판사 임용 내정자 신분으로 장기간 로펌에 근무하면서 로펌 내부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판사 임용이 확정된 변호사는 근무기간이 짧아 사건을 맡길 수가 없는데도 급여는 지급된다”며 “판사 내정자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도 마찬가지 형식으로 진행되고 법무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용돼 법관 연수를 받기 위해서도 판사 임용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출신의 판사 임용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들 중 75%가 ‘로클러크(재판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은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겠다는 ‘법조 일원화’의 당초 취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임용되는 37명(1명 제외) 중 로클러크 출신은 27명(75%)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2012년에 도입된 로클러크는 판사의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전문 계약직 연구원으로,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지원할 수 있으며 임기는 2년이다.

올해부터는 검사 변호사 등 법조 경력이 최소 3년(단계적으로 길어져 최종 10년)을 넘어야 판사가 될 수 있는 법조 일원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신임 법관 상당수가 로클러크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과거 예비판사 같은 로클러크를 법관으로 뽑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사법 개혁의 큰 흐름인 법조 일원화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풍부한 재야 법조생활을 한 변호사 중에서 판사로 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자칫하면 ‘로클러크(2년)→로펌 근무(1년)→판사 임용’이라는 새로운 로열 코스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경력 10년 이상 된 법조인이 판사가 되는 과정에서 법원도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로클러크로 근무하며 판사 업무를 미리 배운 법조인을 뽑는 것이 법원에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3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법조인 가운데 사법연수원 수료자와 로스쿨 출신 ‘투 트랙’으로 신임 판사를 뽑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선발 절차가 마무리돼 합격자에게 임용 통지를 했지만 6개월간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월 “임용 법관 명단, 출신 학교, 평가 항목 등 법관 임용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로펌#판사#임관예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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