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송도유니버스’ 개장 9개월만에 법정관리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경제청 추진 첫 민자 골프장… 기업회생절차로 애물단지 전락
2500여명 회원 등 피해 우려

인천경제청이 민간사업자에게 95억 원을 지급보증해 지은 송도유니버스 골프연습장. 송도유니버스는 3일 자금난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경제청이 민간사업자에게 95억 원을 지급보증해 지은 송도유니버스 골프연습장. 송도유니버스는 3일 자금난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95억 원을 지급 보증한 골프연습장인 ‘송도유니버스골프클럽(송도유니버스)’이 개장 9개월여 만에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이로 인해 이 골프연습장이 최근 판매한 수천만 원의 VIP 회원권을 사들인 회원 2500여 명을 포함한 여러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간 인천경제청이 외자 유치보다 민간사업자에게 95억 원의 특혜 보증을 해줘 골프연습장을 짓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10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송도유니버스는 3일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한 뒤 이틀 뒤인 5일 공문을 통해 인천경제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 민간 투자자는 “과도하게 시설물 투자를 하면서 생긴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8일 만기도래하는 수억 원의 공사비 미지급액 어음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것.

서울중앙지법은 11일 법정 관리와 관련한 현장실사에 나서 송도유니버스와 인천경제청 관계자, 채권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법원은 청산가치, 잔존가치를 회계 심사해 기업회생절차를 수용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한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이뤄지면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파견돼 회생작업이 시작된다. 만일 기각되면 파산 절차를 밟거나 항고할 수 있다.

문제는 인천경제청이 송도유니버스의 법정관리가 어느 정도 예견됐는데도 영업권을 인정해 왔다는 것이다. 송도유니버스는 매월 1억 원의 토지 및 건물 임차료를 인천경제청에 내야 하지만 총 6억 원의 임차료를 내지 않고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지급보증까지 한 인천경제청은 영업권 회수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기업회생절차’라는 암초를 만났다.

송도유니버스는 대출 95억 원에 자기자본을 투입해 모두 156억 원을 들여 골프장을 완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2년 6월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송도유니버스는 총사업비 110억 원을 들여 송도24호 근린공원 내 4만4555m²의 보조유수지(저류지)에 골프연습장 등을 짓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냈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청은 송도유니버스 측이 공사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인천경제청이 수익사업으로 추진한 첫 민자 골프연습장은 애물단지가 될 우려가 높아졌고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송도유니버스 회원은 2500여 명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150만 원을 낸 연간 회원으로 알려졌다.

송도유니버스 대형 골프연습장이 지난해 9월 개장한 이후 지역 상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회원을 빼앗긴 연수구 A골프장이 6월 말 문을 닫는 피해를 입었다. 연수구 관계자는 “송도유니버스가 1+1(1명이 회원 등록하면 추가 1명은 무료) 등 파격 할인 행사를 하면서 기존 골프장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제청이 지급보증까지 해 준 골프연습장과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업체들의 볼멘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송도유니버스는 전임 인천경제청장 때 이뤄진 민간 수익사업이었다. 명분은 대형 공원의 유지보수 관리가 어려워 민자를 끌어들여 수익사업인 골프연습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120타석과 파3 골프장을 별도로 갖추고 있으며 폭 102m, 길이는 210m에 달하는 인천 최대의 골프연습장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