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자사주 전량매입”… KCC, 백기사로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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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만557주 사들여 지분 5.79%… 이건희회장측과 합치면 20%육박
“엘리엇과 표대결서 결정적 승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로부터 제일모직과의 합병 반대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물산에 대해 KCC가 ‘백기사’로 나섰다. 삼성그룹으로서는 다음 달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표 대결’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899만557주를 11일 장외거래 방식으로 KCC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10일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7만5000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6742억9177만 원에 이른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는 의결권을 가진 전체 발행주식 1억5621만7764주의 5.76%에 해당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KCC가 매입함에 따라 삼성그룹으로서는 우호세력 지분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의 이유에 대해 “회사 성장성 확보를 위한 합병 가결 추진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할 제일모직 2대 주주(10.18%)인 KCC는 8일 삼성물산 주식 32만 주(0.20%)를 매입했다. 이로써 KCC의 삼성물산 지분은 5.79%로 늘어난다.

11일은 임시주총에서 합병안을 승인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확정하는 날이다. 장내 매매의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이틀 뒤 돈이 납부되므로 9일까지 주식을 사야 의결권을 가지지만 장외거래의 경우 당일 매입한 지분도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쳐도 삼성물산 지분이 13.99%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백기사로 나선 KCC 지분까지 보태면 2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은 4일 엘리엇이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를 낸 뒤에도 “단기 차익실현이 목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엘리엇이 5일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일부 계열사에 “합병 반대”를 종용하는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엘리엇이 9일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장기전으로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전략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삼성물산이 KCC에 긴급 구조신호를 보낸 것은 30%가 넘는 외국인투자가들 사이에서 이번 합병과 관련한 부정적 기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삼성물산 주가는 최근 요동치고 있다. 10일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7000원(10.29%) 오른 7만5000원에 마감했다. 이에 앞서 8, 9일 이틀 동안 삼성물산은 10.64% 하락한 바 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민우 기자
#삼성물산#엘리엇#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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