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고문 못견뎌 간첩 허위자백 ‘납북어부 부부’ 37년만에 누명 벗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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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죄선고 원심 확정

‘고문 기술자’ 이근안 씨에게 고문을 당해 간첩이라고 허위자백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 어부 부부가 37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안모 씨와 부인 최모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유죄 증명을 위해 제시됐던 증거들 중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피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한 자백”이라며 “하지만 당시 자백은 불법적인 구금 상태 또는 고문 등에 기초해서 이뤄진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강화도에서 새우잡이 등을 하던 안 씨는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세 차례나 납북돼 북한에 99일간 머물렀다. 그는 1977년 영장 없이 체포돼 석 달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안 씨는 북한에서 간첩교육을 받고 돌아와 북한 공작원에게 국가 기밀을 넘긴 혐의를 받았다. 부인 최 씨도 남편이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근안 씨 등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한 안 씨는 1978년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부인 최 씨는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안 씨는 1992년 세상을 떠났고 최 씨와 유족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2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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