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몰 재개장 한 달… 전염병 직격탄 맞은 상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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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밉지만… 곧 나아지겠죠”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몰은 메르스 여파로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긴 채 한산했다. 5개월간의 긴 영업정지 끝에 영화관과 수족관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입점 상인들은 또다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몰은 메르스 여파로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긴 채 한산했다. 5개월간의 긴 영업정지 끝에 영화관과 수족관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입점 상인들은 또다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에 영화관 재개장하고 매출이 60∼70% 올라서 이제 살아나나 기대했는데, 메르스가 유행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희망을 걸어 봐야죠.”(롯데월드몰 입점 식당 점장 이모 씨)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은 평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적이 없어 썰렁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주부터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안전 문제로 5개월간 영업이 정지됐던 영화관과 수족관이 재개장하면서 활기를 되찾는 듯했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롯데월드몰 상인들은 또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식당가에서는 주말에 남은 식재료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유통기한이 짧은 육류나 채소 등은 인근 체인점으로 보내거나 자체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입점 상인은 “모 한식당은 지난 주말에 오후 5시가 돼도 매출이 하나도 없었다고 들었다”며 “대부분 영화관 재개장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식당에서 일하는 점장 김태헌 씨는 다음 주에 예정에 없던 휴가를 가게 됐다. 손님이 줄면서 인력이 남아돌아 본사에서 여름휴가를 미리 다녀오라는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가게에서는 무급으로 강제 휴가를 보내고 있다”며 “언제 또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인력을 함부로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식당가보다 상황이 심각한 곳은 옷가게들이다. 개점 이후 한번도 월급을 집에 가져가 본 적이 없다는 한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의 점장 정모 씨는 “20억 원을 들여 마련한 120평짜리 가게에서 나오는 월 매출이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1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 점포를 차렸지만 각종 변수가 터져 나오면서 빚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이 롯데월드몰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고 메르스 여파가 지나가면 영화관과 수족관 재개장 이후 방문객 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것처럼 매출도 다시 회복세를 보일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실제로 5월 한 달 동안 롯데월드몰을 찾은 방문자는 232만 명으로 4월(199만 명)과 비교해 13% 증가했다. 6월(1∼8일 기준) 방문객은 64만 명으로 재개장 전인 5월 1∼8일과 비교하면 21%가량 늘어났다.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재개장 이후 지난달 22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사안을 챙긴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또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내년 하반기 롯데월드타워 완공 시기에 맞춰 집무실을 제2롯데월드로 옮기기로 했다. 또 롯데 측이 입점 상인들에게 임대료와 공용 관리비 등을 할인해 준 금액이 지난달 말 기준 2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인들은 주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방문객 증가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롯데월드몰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하루 전 주차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하고 10분당 1000원, 3시간 경과 시 50% 할증이 붙은 10분당 1500원을 내야 한다.

옷가게의 한 점장은 “인근 주민들을 위해 교통체증 문제는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입점 상인들도 똑같이 세금 내는 서울시민”이라며 “서울시가 나서 평일만이라도 시범적으로 자율 주차제를 실시해 보고 개선안을 마련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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