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IBK 센터장 “중소형주 성장성 부풀려져 투자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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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5곳 거치며 13년째 리서치센터장

국내 최장수 리서치센터장인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직접 시장을 전망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제공
국내 최장수 리서치센터장인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직접 시장을 전망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제공
“감독으로 눌러앉기보다는 여전히 현역 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이죠.”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53)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3년 동안 리서치센터장 자리를 지킨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IBK증권 센터장을 맡으면서 ‘국내 최장수 리서치센터장’이라는 본인의 기록을 경신했다.

이 센터장은 비관론자가 좀처럼 자리 잡기 힘든 한국 증시에서 필요한 타이밍에 비관적 견해를 적극 펼쳐 온 대표적 ‘미스터 둠’(비관론자)으로 꼽힌다. 1989년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모태가 된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증시 전략 분석을 시작한 그는 2003년 한화투자증권에서 처음 리서치센터장에 올랐다. 이후 교보, HMC,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지난달 IBK증권으로 옮겼다. 13년째 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직업이 센터장’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 센터장은 “시장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국내외에서 나오는 리포트를 챙겨 보고 지금도 글 쓰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며 “감독보다는 ‘감독 겸 선수’가 효용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사롭게 일하지 않은 것도 이 자리를 지킨 힘이 됐다”고 말했다. 13년간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연봉은 3배 이상으로 뛰었지만 그의 연봉은 큰 변동이 없다. 그는 “리서치센터에서 쓸 수 있는 비용에 한계가 있다 보니 내 몫을 챙기는 대신 후배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더 올려줬다”면서 “13년간 연봉은 동결됐어도 오래 일하고 있으니 됐다”며 웃었다.

이 센터장은 코스피가 200대로 떨어졌던 1998년 외환위기 이후의 폭락장부터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 2,230대로 역사적 최고점을 찍었던 2011년 상승장까지 모두 경험했다.

하지만 그는 증시가 호황이던 시기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가장 보람됐다고 했다. 2007년 증시가 한창 달아오를 때 많은 전문가가 ‘대세 상승’을 전망한 반면에 이 센터장은 하락장을 예측했다. 이후 실제 금융위기가 닥치며 증시가 곤두박질쳤고 그는 ‘최후의 비관론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센터장은 “금융위기 이후 다른 증권사들이 생사를 오갈 때 내가 이끈 리서치센터는 하락장에 대비해 조직 관리를 해둔 덕분에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코스닥시장에 대해 “위험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의 판이 바뀌었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왔다고 하는데 이는 10년 전에도 나온 얘기”라며 “중소형주의 성장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만큼 더이상 투자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 대신 개인투자자들에게 “실적은 회복됐지만 주가는 아직 오르지 못한 은행, 화학업종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며 “시간이 걸릴 뿐이지 손해 볼 확률은 낮다”고 추천했다.

또 국내 주식시장이 올해까지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증시를 비롯해 선진국 증시의 버블이 상당하다”며 “2, 3년 내에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워 실물경제와 증시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면 버블이 터지며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즘 증권가에는 리서치센터장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CEO 제안이 오지도 않겠지만 오더라도 거절할 것”이라며 “센터장이 천직이며 증권업계를 떠날 때도 센터장으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는 경제평론가, 정치평론가처럼 ‘주식평론가’로 활동하는 게 그의 목표다. 이 센터장은 “은퇴 후에 일본에 가서 저금리, 저성장이 일반인의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연구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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