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들의 금형 고민… “LG가 뚝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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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충북창조경제센터 ‘생산기술 서포트존’ 호평

생활용 방습제 제품을 만드는 벤처기업 데시존의 김윤수 대표(가운데)가 정호근 LG전자 수석연구원(왼쪽), 서석원 수석연구원과 함께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생활용 방습제 제품을 만드는 벤처기업 데시존의 김윤수 대표(가운데)가 정호근 LG전자 수석연구원(왼쪽), 서석원 수석연구원과 함께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언뜻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께와 벌어진 각도가 미세하게 다릅니다. 탄력성이나 내구성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5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진위면 엘지로 LG전자 생산기술원. 정호근 LG전자 수석연구원은 3차원(3D) 프린터에서 갓 찍어낸 두 개의 부품을 들어 보이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부품은 충북 지역 벤처기업인 ‘데시존’이 이달 판매를 시작하는 방습 겸용 구두 틀(슈트리)에 들어간다.

김윤수 데시존 대표는 “보통 제조업체가 하듯 금형(金型)을 떠서 시제품을 만들었다면 가장 적합한 구조를 찾아내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을 것”이라며 “생산기술원에 설치된 3D 프린터를 사용한 덕분에 빠르게 양산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 3D 프린터와 슈퍼컴으로 제작비용 대폭 절감

벤처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제품 모양과 형태를 확정해 양산하기 전까지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다. 크기가 50cm 이내인 소형 제품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금형을 만들려면 보통 한 번에 3000만 원이 넘게 든다. 미세하게 모양이 다르거나 내구성 계산에 오류가 있어 여러 차례 금형을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벤처기업이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LG그룹은 올해 2월 문을 연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생산기술 서포트존’을 설치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4월에 운영을 시작한 생산기술 서포트존은 중소기업의 신규 공장 설립이나 기존 공장의 생산성 향상, 벤처기업의 초기 제품 개발을 LG전자 생산기술원이 보유한 설비와 기술로 지원하는 창구다.

데시존은 김 대표가 지난해 3월 설립한 방습제 제품 전문 벤처기업이다. 기존에 사용되는 염화칼슘 대신 습기를 머금었다 다시 배출해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B형 실리카겔’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방습제를 담을 틀을 설계하는 작업. 소비자가 오랫동안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구조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설계를 잘못해 몇 번만 조립하거나 분해해도 부서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13일 충북 혁신센터가 주최한 ‘스타트업 점프데이’에서 집중 육성 대상으로 뽑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LG전자 생산기술원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통해 거의 완벽한 설계가 가능해졌다. 슈퍼컴퓨터에 설계를 입력하면 실제 제품을 제작하지 않고도 하중과 탄력성, 내열성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대기업은 제품 제작 시 대부분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지만 소프트웨어 가격이 억대에 이르러 벤처기업이 직접 사서 쓰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 금형 대신 3D 프린터를 통해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었다. 3D 프린터 시제품 제작비용은 금형을 이용할 때의 1% 수준인 30만 원에 불과하다. 이 비용도 LG가 지원한다. 김 대표는 “비용뿐만 아니라 한 달이 넘게 걸리던 시제품 제작 기간도 사흘로 줄였다”고 말했다.

○ 연말까지 충북 지역 20개 제조업체 지원키로

허보석 충북 혁신센터 전문위원은 “충북 지역에는 데시존 같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많다”며 “이 기업들의 아이디어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제품 개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생산기술 서포트존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시존 외에 발전설비용 팽창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화우로’도 3D 프린터와 슈퍼컴퓨터 이용을 지원받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LG는 지역 내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공정 개선 지원도 시작했다. 자동차용 배터리 케이스를 만드는 나라엠텍은 생산기술 서포트존을 통해 생산용량 증설과 물류 동선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보다 다품종 생산이 수월한 공장으로 변화시키는 게 목표다. 또 세제용기용 펌프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다린은 자동화 비율을 대폭 끌어올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충북 혁신센터는 올해 벤처기업 10곳, 중소기업 10곳 등 총 20곳을 선정해 유사한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평택=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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