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 돈보따리 푼 공룡, 허리띠 죈 마법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0일 05시 45분


NC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NC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9. 온도차 컸던 스토브리그

NC, 모기업 위기 불구 과감한 투자
1군 데뷔 2시즌 만에 PS 진출 성공

kt, 소극적 투자로 대형 FA 다 놓쳐
김진훈 단장 “올 겨울엔 다를것이다”

#2013년 시즌 종료와 함께 프로야구는 역대 가장 뜨거운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돌입했다. 1군 데뷔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이호준과 이현곤을 영입했던 NC의 행보가 큰 관심사였다. 당시 모기업의 상황은 꽤 복잡했다. 2012년 6월 8일 NC 김택진 구단주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8045억원에 넥슨에 매각했다. 엔씨소프트 내부에선 “야구단은 내년(2013년)까지 지금 계획대로 간다. 그러나 그 다음은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 ‘넥슨 다이노스로 팀 이름이 바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구단주의 모 기업 내 직함은 대표이사로 변함이 없었지만 최대주주는 아니었던 만큼, 대그룹에 비해 기업 규모가 작은 엔씨소프트가 확고한 오너의 리더십 없이 수십억원에서 백억원대 규모의 FA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겠느냐는 예상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당시 NC 김경문 감독은 2014시즌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할 기회로 판단하고 있었다. 에이스 찰리 쉬렉과 국내선수를 맞바꾸자는 트레이드 제안을 거절한 것도 2014년 승부를 걸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센터라인의 보강이 절실했다. NC 배석현 단장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모기업을 설득했다. 그리고 약 8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 NC는 FA 시장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고, 원 소속팀 두산이 거액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이종욱과 손시헌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종욱에 대해선 NC의 지역 라이벌 롯데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만, 발 빠르게 대응해 승리했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2014년 NC가 1군 데뷔 2시즌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kt는 올 시즌 초반 모기업의 소극적 투자로 집중 비난을 받았다. kt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김사율, 박경수, 박기혁을 영입했는데 보상선수가 없는 신생팀에 대한 특혜를 최대한 활용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을 샀다. 좌완투수 장원준(두산),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내야수 최정(SK) 같은 대형 FA를 붙잡지 못한 것에 대해 팬들의 아쉬움 또한 컸다. kt는 9명의 특별지명 영입 등 전력보강에만 1백억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1군의 벽은 그보다 훨씬 더 높았다.

kt의 모기업은 수천명 수준의 감원이 포함된 구조조정을 완료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2015년 겨울 스토브리그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 kt 김진훈 단장은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 약속한다”고 밝혔다. 보상선수 없이 FA를 영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도 팀의 10년 미래가 걸린 중요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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