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칼럼) 유은정 정신과전문의 “성형 수술 전 체크리스트”

  • 입력 2015년 6월 9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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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하겠다고 선언한 고3 딸. 당신이 부모라면 어디까지 허락하겠는가?”


칼럼니스트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강남에 한 레스토랑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붕대를 감은 중국인들과 똑같은 얼굴을 한 이십대 여성 몇 명과 함께. 눈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였다. 왜 그렇게 어색했을까.

‘성형수술’이라는 현대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데 수학 공식을 넘어선 사고가 필요하다.

부모 몰래 알바로 번 돈으로 마치 머리를 염색하듯이 동네병원에서 당일로 수술받고 나오는 십대들을 종종 본다. 이들을 겁 없이 성형수술 받는다고 혼낼 수 있을까.

아프리카의 여성들도 아름다워지려고 필사적으로 목을 늘리는 기구를 착용하기도 하고, 과거 유럽의 왕족들은 탈색제를 얼굴에 바르기도 했으며, 중국 여성들은 성적인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족’을 착용했다.


잘생겨서 받는 이익보다 못생겨서 받는 불이익이 더 커

아름답게 태어난 것은 귀한 선물이지만, 자신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은 훨씬 더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인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외모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다.

외모가 매력적이라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지만, 못생긴 외모로 인한 불이익은 잘생긴 외모로 얻는 프리미엄보다도 10% 이상 더 크다고 한다.

매력적인 외모를 회사에서 뽑는 진짜 이유는 2005년 올슨(Olson)의 연구에서 증명되었다. 매력적인 얼굴들을 화면에 1초 동안 띄웠을 때 매력적이지 않은 얼굴보다 긍정적인 단어들에 대한 반응시간이 향상되었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판매가 더 잘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랑하는 자녀나 가족이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선언할 때 부모가 준 외모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며 수술을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정신과전문의 유은정 원장>
<정신과전문의 유은정 원장>



<첫째, 수술을 통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꾼다면 실패의 예고편이다.>

“‘연예인 누구’와 같은 얼굴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디 한번 해보자”가 아니라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말해야 진짜 성형외과의사다.

아름다운 것과 그 사람이 매력적인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첫인상을 호감 있게 바꾸기 위해 어디까지 성형수술을 허락해야 할까. 정답은 최대한 성형수술을 ‘덜’ 해야 한다.

소위 ‘손댄’ 느낌이 없는 미묘한 차이가 진정한 의술이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들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5,000명 이상의 첫인상을 살펴본 다얀의 연구(2008년)에서 더 착하고 더 친절하고 더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고르라고 했을 때 관찰자들은 단지 보톡스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사진을 골랐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만 주어도 첫인상을 좋게 바꿀 수 있었고, 오히려 지나치게 손을 많이 댄 얼굴은 호감을 얻지 못했다.


<둘째, 성형수술을 결정하고 최고의 성형전문의를 만나면 정말 예뻐질 수 있는 것인가?>

최고의 수술은 수술 이후 자기관리 능력과 평생 유지할 라이프스타일에 달려 있다. 예뻐지려는 노력을 단번에 이루려고 들지 마라. 외모를 가꾸는 것은 여자 일생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잠을 잘 자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 운동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할 만한 일을 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습관이 모여서 건강과 기분, 나아가 외모까지 좋아지게 하는데, 왜 이렇게 습관을 지키기가 어려울까.

인상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로는 자세, 냄새, 복장, 표정 등이 있다. 서 있는 모습과 자세가 첫인상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나이와 성격과 같은 정보를 말해 준다. 자세와 표정이 좋으면 마음이 열려 보이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수술을 잘하는 성형외과의사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자기 외모에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 자존감은 성형외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의 외모가 나아졌다고 느끼면 분명히 자존감이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수술 이후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여기지 못하면 부정적인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고 직업적으로 성공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셋째, 특정 신체부위가 강박적으로 신경이 쓰여서 거울을 너무 자주 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 부위를 신경 쓰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신체이형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

반복적인 성형수술을 받거나 성형중독이 된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상상도 못한다. 선진국처럼 성형수술 전후 정신과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들 이것만 쳐다본다고요. 이 징그러운 흉터를 보세요.” (환자)
“무슨 흉터를 말하는 거죠?” (의사)
“이것 때문에 너무 못생겨 보여서 미치겠어요.” (환자)

위의 대화에서처럼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결점 때문에 괴로워하는 신체이형장애는 자존감이 낮아진 환자의 전형이다.

그 상처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가거나, 모자를 눌러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대인기피증에 빠진다.

신체이형장애는 성형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이들 중 10%에 해당된다고 하니 수술만이 해답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술 후 우울증, 자살, 성형부작용, 성형중독의 원인이 된다.


<넷째, 외모 콤플렉스가 극심하다면 성형수술 전 마음의 수술을 먼저 고려해보라.>

우리나라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들을 건넨다. “어제 라면 먹고 부었니? 얼굴이 왜 그래. 요즘 살찐 것 같은데?” 외모에 대한 언급은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듯이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 있다.

“옷 예쁜데 잘 어울려. 10년은 젊어 보인다” 이런 사소한 칭찬을(거짓말일지라도) 들었을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는 경험을 해보았는가.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 외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내가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자존감’이다. 이 자존감이 아름다움을 결정한다.

초등학교 때 전교에서 가장 예쁘다는 소리를 듣던 동창은 어린이 미스 롯데까지 나갔던 친구였다. 이십대의 그녀를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기대한 모습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이 외모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반면에, 학교 다닐 때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외톨이 소녀가 이십년 후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다.

외모에 자신감을 찾기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운동이나, 직업의 성취, 성공한 결혼생활을 통해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명상이나 종교, 마인드 컨트롤로도 가능하고, 패션이나, 화장, 머리 모양을 이용하기도 한다.

정신과에 찾아와서 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고, 자존감이 떨어졌다 향상되는 경우를 스스로 살펴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자존감 심리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다섯째, 수술을 결정했다면, 나는 왜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수술의 동기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사람마다 외모의 어떤 부분을 바꾸고 싶어 하는 특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때 소중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여성스러움을 한 번쯤 강조하기위해, 신체적인 상처나 관계의 상처를 떠올리는 일들을 완화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것들에 대한 욕구가 외모스트레스나 콤플렉스로 나타난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잘 뜨이느냐 아니냐는 정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성형수술의 목적이 건강하지 않은 경우는 무의식적인 동기가 꼭 숨겨져 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이 안 풀린다고 홧김에, 얼굴만 고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망상적 믿음에서, 버림받은 아픔을 감추기 위해, 배우자나 남자친구의 배신에 복수하기 위해 그리고 심지어 다른 여자들이 다 하니까 성형수술을 결정했다면, 수술을 당분간 연기하는 편이 정답이다.


<여섯째, 수술하는 의사와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같은지 점검하자.>

성형외과의사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의 과학은 네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대칭성이다. 사람들은 마치 페이스북에서 빠른 속도로 ‘좋아요’를 누르는 것과 같이 반사적으로 얼굴의 대칭과 균형에 반응한다.

두 번째, 극단적이지 않고 보편적이며 평균적인 외모가 가장 편안해 보인다. 익숙한 사람이 점점 더 예쁘고 잘 생겨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개팅시켜줄때 “절친인데 예쁘다”고 한다면 ‘성격만 좋다’는 소리이다.

세 번째 특징은 섹시함이다. 특히, 동공이 확장된 큰 눈을 선호하는데, 여성이 성적으로 자극을 받거나 배란기가 되면 동공이 확장되며 원시적인 남성의 뇌는 이 신호를 포착하여 좀 더 깊은 관계를 맺으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서 몸의 곡선을 가장 먼저 본다고 한다. 여성 호르몬이 풍부할수록 가슴이 크고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가 커지기 때문에 허리둘레와 엉덩이 둘레의 비율 즉 S라인을 선호한다. 무조건 날씬해야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여자들은 모른다.


<일곱째, 외모를 향상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정신적인 변화를 일으켜 실제로도 예뻐지게 만든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더 젊어 보이면 뇌에서 쾌락중추를 자극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자세도 당당해지고 더 자주 웃게 됨으로써 외모가 미묘하고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한다.

그 결과 기분만 더 좋아지는 게 아니라, 외모도 더 보기 좋아진다.

반대로, 지속적으로 화를 내거나 슬픔을 느낀다면 장기적으로 미간 주름이 영구적으로 패어서 정말 화난 얼굴이 되어 버린다.

성형수술을 고려하기 전에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로 꾸준한 변신을 해보자. 화장이 잘 먹거나 머리를 새로 한 날, 실제로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자신감이 좀 더 생기고 기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에 암병동에서 화장을 시켜주는 봉사단체도 있다. 외모지상주의가 문제인 것 같지만, 외모를 너무 가꾸지 않아서 자신만의 매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성형수술, 해도 되는가?’ 한다면 ‘어디까지 해도 되는가?’에 답을 드리고 싶다.

한마디로, 극단적인 반응은 금기다. 성형수술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는 무리한 수술과 재수술의 원인이 된다.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미묘한 차이가 오히려 호감 있는 얼굴을 만든다.

가족들은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노력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며, 수술과정 가운데 같은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 수술 후 외모가 나아진다고 해서 매력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상상한다면 잘못이다.

매력과 아름다움은 별개여서 매력은 단지 아름다운 외모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거나 직장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여성이 자존감이 낮으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요인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외모를 비하했던 경험이라고 한다.

매력적인 것은 단지 외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며, 곧 사고방식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고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만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김수석 기자(kss@egihu.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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