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 맥주]“이젠 맛을 마시는 시대” 황금빛 ‘맥주’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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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국내맥주 3파전

진형은 이미 갖춰져 있고,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맥주대전이 펼쳐지는 여름이 다가왔다. 여름은 맥주 시장의 최대 성수기다.

특히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주춤했던 맥주 전체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 분위기가 여름까지 지속돼 맥주 판매량이 쪼그라든 바 있다. 게다가 브라질 월드컵 때의 맥주 소비도 많지 않았고 여름 더위도 평소에 비해 짧은 편이었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데다가 다양한 신제품 맥주들이 소비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강자인 오비맥주는 지난해 말 출시한 독일 프리미엄 맥주의 브랜드명과 제품 디자인을 확 바꾸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이트진로 역시 신제품을 기반으로 여름철 한판 승부를 준비 중이다. 롯데주류는 지난해의 호조세를 올해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바다 건너 온 수입맥주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수입맥주 제품들은 다양한 맛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 맥주제조업체 3곳의 대표 제품.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뉴하이트’,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왼쪽부터). 각 사 제공
국내 맥주제조업체 3곳의 대표 제품.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뉴하이트’,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왼쪽부터). 각 사 제공
오비맥주의 올몰트 맥주 ‘프리미어’

‘진하면서도 깔끔하게.’

새롭게 단장한 오비맥주는 올여름 대대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독일 프리미엄 맥주 ‘프리미어 OB’의 브랜드명을 ‘프리미어(Premier)’로 바꾸고 병과 캔, 페트병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혔다.

특이하게도 이 제품은 맥주를 상징하는 황금색 바탕에 ‘프리미어’ 로고를 돋보이게 표기했다. OB로고는 상대적으로 작게, 그것도 하단에 배치했다. 제품 자체에 대한 자신감을 디자인에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또 잘 익은 보리를 상징하는 황금색 띠를 가로로 넣었다. 이는 올몰트 맥주 중에 맥즙 농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프리미어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올몰트 맥주 중에 맥즙 농도가 평균 12.5%로 가장 높다. 맥즙 농도가 높을수록 맥아가 많이 들어간다. 쉽게 진한 맛을 내는 맥주라는 뜻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프리미어만의 차별성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카스 역시 한정판 패키지인 ‘카스 블루캔’을 출시했다. 오비맥주는 올여름에 카스 하면 떠오르는 파란색을 강조한 ‘블루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 주요 해수욕장과 상권을 누비며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칠 예정이다.

사랑받는 맥주 ‘뉴하이트’

올 1분기(1∼3월) 실적이 나온 뒤 하이트진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매출액이 431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262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48.6%나 올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매출도 매출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맥주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올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뉴하이트’ 덕분이다. 지난해 4월 내놓은 뉴하이트는 1분기에만 990만 상자가 팔렸다.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크림 생(生) 올몰트 맥스’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하이트진로의 대표 제품인 맥스를 리뉴얼해 만들었다. 이 제품의 특징은 ‘크림’이 들어간 이름에 잘 나타난다. 무려 266초 동안 맥주의 거품이 유지된다는 것이 하이트진로 측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을 만들면서 기존 맥스 제품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제조공정까지 바꿨다. 새로운 효모를 사용하고 저온 발효공법을 적용해 크림 거품이 많이 생기게 했다. 살균 과정에서는 열을 가하지 않는 공법을 도입해 병맥주나 캔맥주에서도 생맥주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하이트진로는 맥스 한정판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올해는 명품 홉을 사용한 한정판 맥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구름(cloud)이 덮쳤다

생각지도 못한 구름이 몰려왔다. 롯데주류가 지난해 4월 선보인 맥주 ‘클라우드’ 이야기다. 클라우드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국내 맥주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인기의 비결은 차별화된 맛이었다. 기존의 국내 맥주 제품들은 청량한 맛 위주였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다른 길을 택했다.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을 적용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진한 맛을 그대로 살렸다.

진한 맛을 내기 위해 클라우드는 체코에서 공수한 ‘사츠(Saaz)’와 독일의 ‘사피르(Saphir)’, ‘허스부르크(Hersbrucker)’ 홉을 조합해 사용했다. 이들 홉은 수확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싸지만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맛과 향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클라우드는 올 3월까지 1억4000만 병을 팔았다. 출시 11개월 만이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인구(3000만 명)를 감안하면 1인당 4병씩 마신 셈이다.

롯데주류 측은 “올 3월 새로운 라인에서도 클라우드를 생산하는 등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며 “물을 타지 않는 순수한 맥주 콘셉트를 내세워 판매도 더 늘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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