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서 “줄을 서시오”… 뉴요커 사로잡은 한인 요거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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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창업 성공 신화 꿈꾸는 30대 한인 사업가 2人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코리아’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최현덕 씨(왼쪽)와 강다운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코리아’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최현덕 씨(왼쪽)와 강다운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미국이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죠.”

처음엔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한 젊은 한인들이라고 해서 한국어는 잘 못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한국말도 유창하게 하는 평범한 30대들이었다.

주인공은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커피 미츠 베이글(Coffee Meets Bagel)’의 공동 창업자인 강다운 공동대표(32·여)와 프로즌 요거트 브랜드 ‘16 핸들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최현덕(미국명 솔로몬 최·35) 대표. 둘은 KOTRA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코리아’에서 자신들의 창업 경험을 국내 벤처기업들 앞에서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을 4일 행사 현장에서 만났다.

앱 개발과 요식업이라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창업을 한 두 사람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 대표와 수현, 아름 씨 등 세 자매가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함께 설립한 커피 미츠 베이글은 매일 낮 12시에 가입자 중 잘 어울릴 만한 이성을 한 명씩 소개해주는 앱이다. 비슷한 서비스는 다른 곳에도 있었지만 남자 회원들이 여자보다 훨씬 많아 성비가 맞지 않는 데다 주변 여성 친구들은 사용을 안 하는 것을 본 강 대표는 곧 문제점을 파악했다.

“여자들은 온라인이라는 낯선 곳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을 꺼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주선자가 있는 소개팅에서는 그나마 사람을 믿을 수 있지만, 완전히 낯선 사람을 온라인을 통해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강 대표는 이 문제를 앱과 페이스북을 연동함으로써 해결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앱에 가입하게 한 뒤, 서로 공유하는 친구가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 것. “이러면 상대방이 내 ‘페이스북 친구’ 중 누군가의 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처음 보더라도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여성 회원을 적극 공략한 이 ‘차별화’는 성공적이었고 올해 약 1000만 달러(약 112억 원)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성장했다. 강 대표 자매는 1월 미 ABC방송의 창업투자 리얼리티쇼인 ‘샤크탱크’에 나가 이 쇼 사상 최대인 3000만 달러(약 336억 원)에 인수 제의를 받았지만 “더 성장할 수 있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현재 780만 달러(약 87억 원)의 투자를 받고 홍콩과 호주 시드니에도 진출한 상태다.

최 대표도 “자기의 손님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최 대표가 세운 ‘16 핸들스’는 현재 미 뉴욕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프로즌 요거트 업체로, 지난해 2500만 달러(약 2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세 때 로스앤젤레스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갔던 최 대표는 일부러 경쟁이 가장 치열한 뉴욕 맨해튼에 첫 점포를 열었다. “가맹점주들에게 이 사업을 하라고 설득하려면 저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당시 제 가게 주변 4개 블록 안에 저희와 비슷한 업체가 9곳이나 있었지만 그중 한 곳만 빼고는 다 문을 닫더군요.”

그는 “손님들한테 맛이 어떤지 묻고 또 물었다”며 “내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자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손님 취향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손님의 상당수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들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코셔인증’을 받기도 했다. 코셔란 유대교 율법에 의해 식재료를 선정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친 음식을 말한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미 동부에다 45개 매장을 가진 최 대표는 내년까지 매장을 55개로 늘릴 예정이며, 지난해에는 카타르 재벌 그룹 ‘아부 이사’와 함께 앞으로 10년간 중동에서 150개 매장을 열기로 합의했다. 최 대표는 현재 한국과 중국 진출도 검토 중이다.

두 사람이 국내 창업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간단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서 마음에 맞는 동료를 찾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강 대표)

“사실 아이디어는 많아요. 잘되는 사업을 보면 ‘나도 저런 생각 했는데’ 싶을 때가 많을 거예요. 실행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결국 말뿐인 것 같아요.”(최 대표)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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