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위서 2위로… 벨기에축구 부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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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월드컵 4강 등 강호 꼽혔지만 2004년 암흑기 맞아 한국에도 밀려
2013년 황금세대 등장으로 급상승… 1위 독주 독일도 조만간 넘을 기세

‘원조 붉은 악마’ 벨기에가 세계 축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4일 발표한 국가별 순위에서 벨기에는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전통의 강호들을 모두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 힘입어 1위를 독주하고 있는 독일도 조만간 넘을 기세다. 벨기에는 8일 프랑스와의 A매치 방문경기에서도 4골을 터뜨리며 4-3으로 이겼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벨기에는 유럽의 강호로 꼽혀 왔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처럼 세계 정상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은 아니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1986년을 제외하고는 16강 벽을 넘지 못했다.

FIFA 랭킹 10위권 후반과 20위권 초반 순위를 오르내리던 벨기에는 2004년 암흑기를 맞았다. 그해 A매치에서 1승 5패를 거둔 벨기에는 이듬해 랭킹이 55위까지 떨어졌다. 2007년에는 71위까지 추락했다. 당시 58위였던 한국보다 아래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유럽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난 벨기에의 랭킹은 2012년 초반까지도 30위권에서 62위 사이를 오르내렸다. 2012년 25위까지 올라갔던 한국은 그때까지 벨기에를 앞섰다.

반전은 2013년 찾아왔다. 그해 20대 초반의 황금 세대 등장으로 벨기에는 순위 상승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해 A매치에서 7승 2무 2패를 거둔 벨기에는 단숨에 순위를 5위로 끌어올렸다. 마루안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덴 아자르(첼시),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뱅상 콩파니(맨체스터 시티) 등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들이 벨기에 대표팀의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4승 1패(8강)를 포함해 A매치에서 9승 3무 1패를 거두며 순위를 한 단계 더 올렸다.

벨기에가 2018년까지 랭킹 7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톱시드를 배정받게 된다. 이 경우 조별 예선에서 강호들을 피할 수 있어 16강 진출이 한결 수월해진다.

반면 같은 붉은 악마라는 국가대표팀 별명을 갖고 있는 한국은 내리막길을 계속 걷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3년 축구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3년까지 FIFA 랭킹을 10위권 내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현재 랭킹은 58위다. 이 때문에 한국은 호주 아시안컵에서 일본과 우즈베키스탄, 이란, 호주에 밀려 시드를 배정받지 못했었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은 “50위권에 만족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봐서는 랭킹 30위 안에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었다.

한국 축구가 벨기에처럼 당장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벨기에는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이나 본선 등 순위 산정에 있어서 비중이 큰 대회 경기를 잘 치르면서 그 성적이 누적돼 순위가 올라갔다”며 “반면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 등에서 랭킹이 처지는 국가들에 고전하면서 랭킹 산정에서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당장은 앞으로 벌어질 월드컵 지역 예선 등이나 아시안컵 예선, 본선에서 순위가 낮은 상대를 확실하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랭킹이 높은 강호들과의 A매치 횟수를 늘려 랭킹을 유지하거나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랭킹이 높은 강호들은 그들끼리 경기를 자주 추진하면서 랭킹을 관리하기 때문에 연간 A매치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랭킹이 낮은 국가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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