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카렐리야… 독도… ‘국토사랑 클래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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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시벨리우스
러시아의 카렐리야(영어명 카렐리아, 핀란드명 카리알라)는 핀란드 동부와 러시아에 걸쳐 있는 지역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땅의 대부분은 소련에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세계인, 특히 음악팬들이라면 대부분 이곳을 핀란드 땅으로 기억합니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대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카렐리야 모음곡’(1893년) 때문입니다.

이 곡이 나오기 전해에 시벨리우스는 카렐리야로 신혼여행을 가서 토착 예술을 접하고 이 지역의 역사도 연구했습니다. 다음 해 봄, 카렐리야 최대 도시인 비푸리(오늘날 러시아 비보르크) 출신 재(在)헬싱키 학생회가 카렐리야 역사를 담은 연극을 상연하면서 시벨리우스에게 음악을 부탁했습니다. 이때 사용한 음악은 이후 시벨리우스가 3개 악장의 모음곡으로 편집했습니다. 이 곡을 아는 사람마다 ‘카렐리야=핀란드의 일부’로 느끼는 것은 물론입니다.

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 ‘앙상블 라 메르 에 릴(바다와 섬 앙상블)’이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다섯 번째 정기연주회를 엽니다. 모차르트와 피아졸라 곡 외에 창작곡인 이영조의 ‘독도, 사랑의 찬가’, 강종희의 ‘바이올린과 기타 오중주를 위한 세 개의 노래’ 등 독도를 소재로 만든 작품들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윤정, 피아니스트 조지현, 기타리스트 김성진 등 참여 음악가들은 “우리 작곡가들이 독도를 소재로 곡을 쓰고, 이를 계속 연주하고 노래한다면 국제사회가 역사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이 섬이 한국 땅이라는 사실에 더 깊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문화적 실효지배’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한 가지 더. 1939년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당국의 지시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핀란드 모음곡’을 씁니다. 곡을 쓰던 중 그는 소련군이 핀란드를 침공했다는 뉴스를 듣게 됩니다. 말하자면 피점령지에 대한 ‘유화책’의 일환으로 곡을 주문받은 것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모음곡에 ‘푸르고 흰 하늘’이라는 악장을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푸른색과 흰색은 침략군이 금기시한 핀란드 국기의 색깔이었습니다. 국가가 어떤 팽창 정책을 추구하든, 양심 있는 시민은 숨어서라도 목소리를 냈던 사례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시벨리우스#카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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