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고집하다 확산… 신종플루 전철 밟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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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차 확산/격리자 급증]
신종플루 900명 확진뒤 ‘경계’격상… 75만명 감염되고 263명 숨져
“메르스 대응조치 강화해야” 지적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75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263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정부는 첫 환자 발생 2개월 반 만에 국가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미 확진자가 900명을 돌파했을 때여서 당시 ‘늑장 대응’ 논란이 빚어졌다.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는 정부의 초동 대처가 늦어진 탓이 크다. 특히 신종 플루 때는 최초 확진자 발생 후 석 달이 지나 첫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첫 환자 발생 20일 만에 벌써 여섯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황이 더 급박한 셈이다. 이제라도 위기 단계 상향 조정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동아일보는 8일 신종 플루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운영백서(2010년 7월 발간)를 토대로 신종 플루와 메르스 상황별 정부 대응을 비교했다. 당시 정부는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에 대해 최초로 중대본을 발동했다.

국내 신종 플루 확진자는 2009년 5월 1일 처음 발생했다. 즉각 위기 단계 ‘주의’가 발령됐다. 이후 2개월 반이 지난 7월 21일 ‘경계’로 격상됐다. 당시 확진자가 900명을 넘었다. 이후 하루 평균 새로 발생한 확진자가 8857명으로 전 주 평균(4220명)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11월 3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튿날 바로 중대본도 가동됐다. 최초 확진자 발생 후 6개월 만이다.

2009년 중대본 가동 이후 신종 플루 확진자는 빠르게 감소했다. 지자체별로 지역대책본부가 마련돼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조했고,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외에도 강력한 조치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지자체 축제 및 행사운영 조정 △휴일 대응 체계 점검 △학교 휴업 시 학생들의 지역 내 감염 방지를 위한 PC방, 학원 등 출입지도 및 위생 감시 △교정시설 재소자와 외부인 접촉 금지 △장병 휴가 및 외출 제한 등이다. 결국 이런 강력한 조치 속에 신종 플루 확산은 누그러졌고 그해 12월 11일 ‘경계’로 단계가 하향됐다. 같은 날 중대본도 38일 만에 해체됐다.

이번 메르스는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정부는 매뉴얼에 따라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방역 강화 및 역학조사에 들어가 확산 방지에 나섰다. 하지만 8일 기준 사망자가 6명으로 신종 플루 때보다 초기 인명피해가 많지만 정부는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올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 ‘주의’ 단계지만 ‘경계’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신종플루#메르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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