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미 일정 ‘메르스 암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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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확산땐 무리”… 연기론 제기
靑 “일단 예정대로… 추이 보고 결정”

메르스 사태가 ‘2차 확산’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다음 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암초’를 만났다. 이번 주말이 메르스 확산 여부를 판가름할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방미 연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2차 확산 차단에 실패해 3차 확산으로 번진다면 민심 이반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8일 말을 아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방미 연기와 관련해 “따로 발표할 부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4∼19일 예정대로 미국을 방문한다는 전제하에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주 중반 이후 메르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방미 일정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방미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외교 분야의 여권 핵심 인사도 청와대에 방미 연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무총리가 공석인 데다 설령 이번 주 총리 인준이 이뤄지더라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곧바로 메르스 사태를 총괄하기는 힘들다”며 “방미 기간에 메르스가 더 확산된다면 정부 신뢰가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방미 기간에 확실한 외교 성과를 거둔다면 모르지만 한미 간에 당장 시급한 현안은 많지 않다”며 “이구동성으로 한미동맹이 공고하다고 하는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방문 연기를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일정 전체를 취소하지는 않더라도 박 대통령이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이후 휴스턴 일정을 취소하는 일정 단축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egija@donga.com·조숭호 기자
#메르스#대통령#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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