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외국인근로자 5만여명… 다문화가정 돕는 ‘키다리 아저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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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 모여 ‘인천사랑회’ 설립… 장학사업 등 5년간 ‘도움의 손길’
“정성 모아 따뜻한 인천 만들 것”

조상범 인천사랑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운영진이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를 지원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있다. 50여 명의 회원 가운데 8명이 사회지도층의 기부와 나눔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만든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인천사랑회 제공
조상범 인천사랑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운영진이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를 지원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있다. 50여 명의 회원 가운데 8명이 사회지도층의 기부와 나눔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만든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인천사랑회 제공
“인천에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많으니 기업체를 운영하는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어떨까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기업인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돕는 장학사업에 나섰다. 2010년 11월 설립된 ‘인천사랑회’는 4일 남동구에 있는 기숙형 다문화학교인 한누리학교 전교생(103명)에게 장학금 3000만 원을 전달했다. 초중고교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이 학교에는 현재 12개 나라 출신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인천사랑회는 앞으로 2500만 원을 들여 학년별 권장도서와 어학교재, 교구 등을 지원하고 학생들이 체육시간에 입을 운동복도 구입해 나눠줄 계획이다. 또 50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매년 학생들의 멘토가 돼 진학과 취업 등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들이 장학사업에 나선 것은 인천에 다문화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산업단지인 남동공단과 주안, 부평공단 등에 입주한 제조업체 등에 외국인 근로자가 5만5000여 명이나 근무하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해 보금자리를 꾸민 다문화가정도 1만4500여 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과 사회적 편견으로 성장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상당수 청소년이 방황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법무부 장관)는 인천을 방문해 다문화가정의 자녀에 대한 지원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인천사랑회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성인이 돼 사회에 정착할 때까지 관심을 갖고 돌보기로 했다.

인천사랑회는 그동안 인천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출범 첫해 북한이 옹진군 연평도를 포격 도발하자 피란길에 오른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41억여 원을 모금했다. 또 이듬해 옛 인천해양경찰서 소속으로 대청도 해상에서 중국 어선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순직한 이청호 경사를 기리기 위해 2000여만 원을 들여 추모비를 건립하고,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2013년에는 강화도에서 바다에 뛰어든 시민을 구조하다 실종된 정옥성 경위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0만 원을 들여 흉상을 건립해 강화경찰서에 기증했다. 같은 해 2002년 6월 서해에서 북한과 교전하다 숨진 참수리고속정 승조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연평해전’이 제작에 어려움을 겪자 회원들이 성금을 모아 영화사에 전달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희생된 방모 씨 등 2명이 청해진해운의 비정규직 승무원이라는 이유로 장례비가 지원되지 않자 2000만 원을 들여 유가족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왔다.

조상범 인천사랑회장은 “작은 정성을 모아 인천을 따뜻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모임을 만든 만큼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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