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카지노 내국인 허용은 약속 파기… 도박중독 양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아일보-채널A 주최 ‘내국인 카지노 이슈점검 콘퍼런스’

동아일보와 채널A가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연 ‘내국인 카지노 이슈 점검 콘퍼런스’에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함 사장은 “내국인 카지노 확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가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연 ‘내국인 카지노 이슈 점검 콘퍼런스’에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함 사장은 “내국인 카지노 확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 일각에서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 추진 움직임이 일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동아일보와 채널A는 8일 ‘내국인 카지노 이슈 점검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는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회선 안효대 염동열 이이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추미애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논란은 지난달 7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한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에서 “내년 상반기 중 국적 크루즈선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둘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 명분이었다.

크루즈산업협회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가 연간 8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크루즈 카지노는 관광지 간 이동 중에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도박 중독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중일 간 경쟁이 심화되는 크루즈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선상 카지노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교수는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크루즈법 심의 과정에서 해수부는 ‘내국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외국인 전용으로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정부의 약속 파기’라고 꼬집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14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도박 중독 유병률은 5.4%로 선진국보다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며 “카지노 산업이 지나치게 확장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16곳이 있으며, 정부는 2개를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기조발제를 통해 “도박 산업이 중독과 패가망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특별법으로 강원랜드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한 것은 석탄 에너지를 이끈 30만 산업역군 광부들의 생존권을 위해서였다”며 “특정 산업을 위해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해야 한다는 건 황금만능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선상 크루즈와 복합리조트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게 되면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사행산업 총량제’란 큰 틀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도박 중독의 위험성 때문에 정부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5%로 사행산업의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카지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행산업을 건전하게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진 종합토론 시간에는 카지노 산업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을 주재한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0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때의 경험을 소개하며 “사행산업에는 분명 부작용이 있는 만큼 내국인 카지노 확대는 사후에 관리하는 것보다 사전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행산업은 타당성과 합리성이란 명분을 갖춰야 하며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기준 미국 휴스턴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로또(복권 도입) 초기 광고에 유명 영화배우를 내세우며 ‘인생역전’이라는 홍보문구를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외국에서는 사행산업이 하나의 즐기는 오락문화로 받아들여지는 반면에 국내에선 신분 상승 수단으로 사행산업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인 만큼 카지노 관련 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문병호 의원은 “카지노의 내국인 입장은 강원도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것처럼 반대급부가 확실할 경우에만 허용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경우에도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는 수익금 가운데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경비와 일반 투자자 배당금을 제외하고는 전액을 국세, 지방세, 폐광기금, 관광기금, 진폐환자 생활지원금 등 공적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강원랜드가 각종 세금과 기금 등을 통해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비율은 총 매출액 대비 35.5%에 이르는 반면 16개 외국인 카지노의 재정기여율은 17.7%에 불과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카지노#크루즈#내국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