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성장률 밑돈 한국, 환율-기업정책 재검토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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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부가 어제 발표한 일본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전(前) 분기 대비 1.0%로 지난달 20일 내놓은 잠정치 0.6%를 크게 웃돌았다. 일본 경제가 작년 4월 시행된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의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활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반면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8%로 2013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일본을 밑돌았다. 우려했던 한일 성장률 역전이 현실로 나타났다.

일본이 1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깜짝 성장’을 한 것은 엔화 약세를 유도해 일본 기업의 수출을 늘리고 여기에서 벌어들인 돈을 투자로 돌리려는 아베 신조 정권의 아베노믹스가 먹혔다는 뜻이다. 1분기 일본의 개인 소비가 전 분기 대비 0.4% 성장에 그친 반면 기업 설비투자는 2.7% 급증해 기업 부문의 활력 회복이 성장을 주도했다. 한국은 내수 침체가 길어진 데다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어 내수와 수출이 함께 가라앉는 양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화의 약세 행진은 멈추기는커녕 가속화하고 있다. 어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25엔대까지 치솟아 엔화 가치가 13년 만에 최저치로 낮아졌다. 엔저(低) 효과로 벌어들인 돈을 설비투자에 투입한 일본 기업들이 수출상품 가격 인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더 어려워진다. 미국이 일본의 엔화 약세를 용인하면서도 한국의 외환정책에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것은 환율을 둘러싼 우리 ‘경제 외교’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정부는 엔화 초약세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중국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경제 외교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걸핏하면 기업을 옥죄는 정치권과 정부의 규제 만능주의까지 겹쳐 기업들의 활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가계부채나 국가채무 증가 같은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불가피하게 추가 금리 인하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환율정책과 기업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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