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투자펀드 2000억 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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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대출서 투자로 중심 이동

서울 구로구 경인로 KB국민은행 구로종합금융센터를 찾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웃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서울 구로구 경인로 KB국민은행 구로종합금융센터를 찾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웃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제대로만 시행하면 기술금융이 은행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기술금융 우수지점으로 선정된 KB국민은행 구로종합금융센터를 직접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국민은행의 기술금융 대출규모는 4월 말 기준 4조3000억 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1위다. 서울 구로구 경인로에 있는 국민은행 구로종합금융센터는 국민은행 지점 중 기술금융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곳으로 지난 10개월간 기술력을 담보로 기업들에 406억 원 규모의 대출을 해줬다.

이날 임 위원장은 지점에 도착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예정대로 방문할지 고민했는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게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금융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며 국민은행 직원들을 독려했다.

임 위원장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함께 기술금융을 통해 대출을 지원받은 업체들이 만든 상품을 살펴보기도 했다. 구로종합금융센터로부터 기술금융으로 10억8000만 원을 지원받은 ㈜보령장갑이 생산한 산업용 면장갑을 본 뒤에는 “기술금융이 아니었으면 이런 물건이 나올 수 있었겠느냐”며 기술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이후 간담회를 통해 “기술금융을 많이 하면 은행 건전성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러나 기술금융은 재무 정보만 보던 기존 대출평가 시스템에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기술금융 시행 초기이기는 하지만 현재 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연체율은 0.02%∼0.03%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술금융은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은행의 여신 관행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은행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윤 회장은 “기업의 과거 재무제표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역량을 은행 자체적으로 키워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기술금융 체계화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올 4월 말까지 총 25조8000억 원의 기술금융 대출이 이뤄지는 등 기술금융이 빠르게 확대됐지만 시장에서는 기술금융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존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이름만 바꾼 ‘무늬만 기술금융’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가 하면 은행들의 과당 경쟁으로 부실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금융위는 이런 점들을 감안해 이달부터 기존 대출 대비 증가된 금액만 기술금융 실적으로 인정키로 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평가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존대출 100억 원을 150억 원으로 늘렸다면 지금까지는 150억 원이 기술금융 실적으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추가로 늘어난 50억 원만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대출심사에서는 TCB 평가 결과를 반영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은행마다 기술심사 의견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은행별로 기술신용대출 취급 내부지침도 마련하도록 했다. 아울러 기술금융평가 때 단순 대출취급 실적을 나타내는 양적 평가의 비중을 현행 40%에서 30%로 낮추는 대신 질적 평가 비중은 기존의 25%에서 30%로 높이기로 했다. 또 기술가치를 평가해 이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연내 2000억 원 규모로 조성해 기술금융의 영역을 대출에서 투자로 확대할 방침이다.

송충현 balgun@donga.com·장윤정 기자
#기술금융#투자펀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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