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勞勞상생 ‘SK하이닉스 모델’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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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산업부
김창덕·산업부
“좋은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7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에 대해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이 내놓은 평가다. 이 프로그램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임금 인상분 일부를 내놓으면 회사도 그만큼을 적립해 협력사 임직원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배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협력사 임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원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이분법적 시각이 강했다”며 “SK하이닉스의 임금공유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노노(勞勞) 갈등 해결과 분배 구조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기존에 내놓았던 상생 방안은 협력사들에 대한 기술 교육, 일정 부분의 성과 공유, 납품 대금 선(先)결제 등 몇 가지 방식이 전부였다. 모두 적잖은 효과가 있는 방안들이지만 전형적인 틀을 깨진 못했다. SK하이닉스가 새롭게 만들어 낸 ‘임금공유’라는 키워드는 그래서 꽤 신선해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실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지금 ‘기업’이 아닌 ‘기업 생태계’(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을 모두 합한 것) 단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로서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환율 리스크 등 대외적 악재보다 ‘노노 갈등’이 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년 연장 이슈 등으로 세대 간 일자리 쟁탈전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런 때 SK하이닉스 노조가 협력사와의 ‘동행’에 함께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관건은 SK하이닉스 식(式) ‘노노 상생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느냐다. 올해 SK하이닉스 협력사 직원 4000여 명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금액으로 따지면 60억∼70억 원이다. 협력사 직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노조가 이번 합의를 4, 5년은 뚝심 있게 지켜나가야 “보여주기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라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을 완벽히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혹여나 SK하이닉스 노조가 협력사들에 떼어줄 몫을 미리 염두에 두고 매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이번 합의의 취지는 퇴색될 것이다. 재계 전반으로 새로운 상생 모델이 확산되기도 어려워진다.

오랜 암흑기를 거쳐 실적 개선을 이룬 SK하이닉스가 노동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길 기대해 본다. 일단 출발은 좋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SK하이닉스#상생#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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