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몰리는 빅5 응급실… ‘14번 환자’ 3일간 무방비 노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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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차 확산/삼성서울병원 비상]‘14번 환자’ 접촉 890명 격리

“평택성모병원이 지뢰라면, 삼성서울병원은 원자폭탄일 수 있다.”

한 보건전문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차 유행 조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격리 관찰자를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대규모 환자 발생뿐 아니라 지역 사회로의 전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제2의 태풍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환자, 보호자, 의료진 등 하루 방문자가 500명을 넘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이 때문에 경기 평택 지역의 중급병원인 평택성모병원과 비교해 의심환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건당국은 이곳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린 14번 환자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약 890명과 접촉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빅5 병원으로 불릴 정도로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드는 것도 문제다. 진료를 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바이러스를 3차, 4차 동시다발로 전파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럴 경우 사실상 메르스 바이러스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접어든다.

그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는 중증환자와 만성질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도 걱정거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성질환자들이 서울 인기 병원의 응급실에서 무조건 드러누워 대기하는 문화가 감염병 대처를 어렵게 한다”며 “14번 환자와 접촉한 격리자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평택성모병원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염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또 다른 ‘슈퍼 전파자’의 등장

1차 유행의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과 2차 확산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사이에는 환자 속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인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19일간) 평택성모병원을 통해 감염된 환자는 총 37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 병원에서 감염된 첫 번째 환자(35번 환자)가 발생한 지 나흘(4∼7일) 만에 총 17명이 나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체 접촉자도 문제지만, 확산 속도도 빨라서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통점은 ‘슈퍼 전파자’를 중심으로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처럼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는 14번 환자를 통해 감염자들이 생겼다.

일단 2차 확산은 14번 환자의 확진일로부터 최대 잠복기(14일)가 지나가는 12일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14번 환자로부터 파생되는 감염자를 막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먼저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나와 평택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이동할 때 버스에 동승한 승객들을 더 찾아내야 한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본부 기획총괄반장은 “14번 환자와 버스를 함께 탄 동승자 중 5명을 자가 격리했고 1명은 추적 중이다”라며 “하지만 대포폰 사용자 등 확인하지 못한 승객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응급실을 제외한 삼성서울병원의 다른 곳을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당국은 현재 응급실 방문자에 대한 격리 조치만 취하고 있는데, 이 병원 응급실 주변을 거쳐 간 사람도 수소문해 선제적으로 감염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 이럴 경우 격리 대상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사례가 추가적으로 나오는 것이다”라며 “응급실 이외에 보건당국이 놓친 접촉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앙정부 지자체 혼란 줄어들 듯


이날 보건복지부와 메르스 발생 4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협력에 합의하면서 유전자 검사에 오랜 시간이 걸려 국민 혼란이 커지는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메르스 2차 검사 시약을 각 지자체에 공급해 유전자 검사의 신속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각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1차 판정을 하고, 최종적으로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서 확진 판정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2차 검사 시약을 17개 지자체 중 검사 능력이 있는 곳에 제공할 예정이다. 물론 최종 확진 결과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다.

한편 국내 메르스 환자는 7일 현재 14명이 추가돼 총 64명(질병관리본부 공식 집계)으로 늘었다. 14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65번 환자는 이날 사망해 총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5번, 7번 환자는 상태가 호전돼 곧 퇴원할 예정이다. 7일 현재 총 격리자는 2361명(자택 2142명, 기관 219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차 메르스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75세 여성이 서울 강동경희대병원과 한 요양병원을 거쳐 현재는 건국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지난달 27,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14번 환자와 함께 입원한 바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응급실을 폐쇄했고, 건국대병원은 응급실을 일부 폐쇄한 상태다.

한편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던 부산의 60대 남성은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이세형·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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